'신상공개 기준 모르겠다' 국민청원까지 등장…"제도 전반 개선 필요"

사회

뉴스1,

2026년 2월 28일, 오전 06:00


서울 강북구 수유동 모텔에서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 타인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이 12일 오전 서울 도봉구 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2026.2.12 © 뉴스1 안은나 기자

'강북 모텔 연쇄 살인' 사건 피의자 김 모 씨에 대한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심의위) 개최를 앞두고 신상 공개 기준의 형평성을 요구하는 국민 청원이 제기됐다.

28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25일 '피의자 신상 공개 기준의 형평성 확보 요청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해당 청원의 동의 기간은 3월 27일까지로 27일 밤 9시 기준 2959명이 동의했다.

청원인 송 모 씨는 "피의자 신상 공개 기준이 사건마다 달라지거나 불공정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모든 디지털 범죄와 흉악범죄 사건에서 신상 공개가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송 씨는 지난 2024년 1월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중대범죄신상공개법)이 시행됐음에도 여전히 공개 기준이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직도 피의자 신상 공개의 기준을 모르겠다. 각 시도경찰청과 지방검찰청의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 운영은 형평성이 어긋나 있다"고 말했다.

(국민동의청원 게시판 갈무리)

심의위 경찰·검찰 독립 운영…범행 잔혹성·피해 중대성·공익 등 고려
중대범죄신상공개법에 따르면 심의위는 경찰과 검찰이 각각 설치·운영할 수 있으며 수사 단계에 따라 독립적으로 신상 공개 여부를 판단한다.

이번 사건은 경찰 단계에서는 비공개 판단이 내려졌지만 검찰에서는 유족의 요청과 사회적 주목도, 혐의 변경 등 여러 요소가 영향을 미쳐 신상 공개 여부를 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심의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내·외부 위원 등 10명 이내로 구성되며 실제 심의에 참여하는 위원 수와 구성은 사안별로 달라질 수 있다.

심의 과정에서는 △범행 수단의 잔혹성과 피해의 중대성 △증거의 충분성 △공공의 이익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특히 심의위는 피의자에게 의견 진술 기회를 주게 돼 있으나 피의자가 이를 거부하더라도 수사 기록 등을 토대로 심의를 이어간다. 최종 결정 권한은 심의위를 연 경찰이나 검찰에 있다.

사건마다 다른 신상 공개 잣대…"제도 전반 개선해야" 지적
송 씨는 이 같은 운영 방식을 두고 신상 공개 요건 기준 자체가 모호하고 사안에 따라 심의위 인적 구성도 달라질 수 있어 동일한 판단이 내려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강력 사건의 기사 댓글이 많을수록 피의자의 신상이 공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주장도 있다"며 "법이 여론에 따라 움직이는 게 과연 정당한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회와 정부가 신상 공개 기준과 절차를 정교하게 다듬는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제로 유사한 강력범죄 사건에서도 신상 공개 여부가 서로 다르게 판단돼 논란이 인 사례가 있다.

지난 2024년 9월 서울 중랑구의 한 아파트에서 70대 이웃을 폭행해 숨지게 한 최성우의 신상은 "범행 수단의 잔인함과 중대한 피해·공공의 이익 등이 모두 충족된다"는 이유로 공개했다.

그러나 같은 해 7월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인근에서 담배를 피우러 나온 40대 주민을 일본도로 무참히 살해한 백 모 씨에 대해서는 "정신질환이 의심돼 예방 효과가 적고 피해자 유족에 대한 2차 가해가 있을 수 있다"는 취지로 신상 정보 공개를 거부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신상 공개 제도는 일관되게 운영돼야 하는데 기준이 모호하다"며 "이번 사건의 경우 오히려 공개하는 게 원칙에 부합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신상 공개 제도 전반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심의 요건을 별도로 두고 판단하는 현행 운영 방식은 적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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