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기, 영어 실력 아닌 자존감 높일 때”[교육in]

사회

이데일리,

2026년 2월 28일, 오전 07:01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영유아 시기는 영어 실력이 아닌 자존감을 높여줄 때입니다.”

김명하 안산대 유아교육과 교수. (사진=본인 제공)
김명하 안산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27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유아 대상 영어학원의 ‘레벨테스트’를 금지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한국유아교육협회와 한국영유아교원교육학회에서 각각 이사를 맡고 있으며 국가교육위원회 국민참여위원으로 활동하는 유아교육 전문가다.

4세고시·7세고시로 불리는 레벨테스트는 이른바 ‘영어유치원’으로 불리는 영어 대상 유아학원에서 원생을 선발하기 위해 치르는 입학시험을 일컫는다. 이는 영유아 조기 사교육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영유아 영어학원의 레벨테스트가 논란이 되자 교육계 안팎에서는 사교육 열기가 지나치다며 레벨테스트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해 8월 영유아 조기 사교육 현상을 두고 “아동의 권리에 명백히 반하는 행위”라며 교육부 장관에게 레벨테스트 등에 대한 규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에 국회에서는 유아 영어학원의 선발 목적 레벨테스트를 금지하는 내용의 ‘레벨테스트 금지법’인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 교습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관할 교육감이 1년 이내 기간을 정해 교습 정지를 명령할 수 있다. 당초 개정안에는 학원 등록 후 수준별 반 배정을 위한 레벨테스트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국회 교육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보호자의 사전 동의를 전제로 한 관찰·면담 방식의 진단 평가는 허용하는 방향으로 조정됐다.

이를 두고 김 교수는 “레벨테스트는 어떤 형태든 영유아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준별 반 배정을 위한 레벨테스트도 금지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김 교수는 영유아 시기에 대해 영유아 스스로 자신이 존중을 받고 있다는 신뢰감과 타인과의 관계에서 주도적으로 행동하려는 자율성·주도성을 배우는 때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시기에 영유아 수준에 따라 반을 배정하면 상위권 반에 들지 못한 영유아는 스스로 ‘남보다 못하다’고 인식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유아가 세상이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느껴 정서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영유아 시기부터 영어 수준을 나누게 되면 상위권 반에 들지 못하는 아이들은 열패감을 느낄 수 있고 이는 영유아 자존감도 저하시킬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유아 시기의 정서 발달 과정은 인격 형성에 적잖은 영향을 준다”며 “결국 영유아 시기의 경험이 초·중·고교생, 나아가 성인이 된 후의 성격에도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교수는 레벨테스트 금지법뿐 아니라 대학 학벌이 꼬리표처럼 붙는 사회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고 봤다. 상위권 대학을 나와야 취업에 유리한 사회 구조가 유지되는 한 영유아 조기 사교육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영유아 사교육의 근본에는 성공적 대입 욕심이 깔려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학벌이 채용으로 이어지고 평생 꼬리표처럼 붙어다니면 레벨테스트 금지법만으로는 조기 사교육 열기를 꺾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채용 관행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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