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규슈지방 가고시마의 숙박업소에서 제공한 칫솔과 빗 등에는 쌀 폐기물을 활용했다는 내용이 작성돼 있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칫솔 포장과 손잡이에는 '비식용 쌀 35%'가 배합됐다고 적혀 있었다. 빗은 20%였다. 비식용 쌀은 도정 과정에서 깨지거나 규격에 맞지 않아 유통되지 못한 쌀, 또는 장기 보관으로 식용이 어려워진 쌀을 뜻한다. 이를 분말화해 플라스틱 수지와 혼합한 것이 바이오매스 플라스틱이다. 제품에는 바이오매스임을 표시하는 '클로버 마크'와 함께 함량이 숫자로 나타나 있었다.
바이오매스 플라스틱은 화석연료 기반 수지 사용을 일부 대체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일본은 2022년 4월 '플라스틱 자원순환 촉진법'을 시행했다. 숙박업을 포함한 사업자에게 특정 12개 일회용품의 사용 감축 노력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무상 제공을 전면 금지하진 않았다. 감축 계획을 수립하고, 필요 수량만 제공하며 대체 소재로 전환하도록 했다. 가고시마에서 본 제품이 그것이다.
이 제도는 필요에 의한 일회용품을 유지하되 석유계 플라스틱 비율은 낮춰야 한다는 신호를 줬다. 그 결과 여러 숙박업소엔 쌀 폐기물 외에도 대나무 섬유 혼합 칫솔, 사탕수수 부산물 기반 포장재, 옥수수 전분 기반 PLA 제품, 커피박 혼합 복합재 등이 확산했다.
다만 석유계 수지와의 복합재라 완전히 생분해되는 소재는 아니다. 오히려 '재활용 생태계 교란'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바이오매스 복합재는 외관상 일반 플라스틱과 구분이 어려워 재활용 공정에 섞여 들어가기 쉬운데, 이는 재생 플라스틱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불순물 역할을 한다.
'소재의 친환경성'이 '자원 순환의 효율성'을 방해하는 역설이 발생하는 셈이다. 실제 온실가스 저감 효과 역시 원료 조달과 제조 공정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숫자만으로 친환경을 단정하긴 어렵다. 일각에선 바이오매스 활용을 '위장 환경주의'(그린워싱)로 보기도 한다.
한국은 접근이 다르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24년 3월부터 50실 이상 숙박업소는 칫솔·치약·면도기·샴푸·린스 등 5종을 무상 제공할 수 없게 됐다. 위반 시 최대 300만원 과태료가 부과된다. 객실 기본 비치 구조가 사실상 사라졌다.
이웃 국가인데도 정책 설계의 강도와 방향 차이가 있다. 일본은 '소재 혁신'을 유도했다. 바이오매스 함량 경쟁, 인증 마크 시장, 농업 부산물 자원화 산업이 성장했다. 한국은 '수량 억제'를 택했다. 소형 편의용품 병은 사라졌고, 벽걸이형 대용량 디스펜서와 리필 시스템이 표준이 됐다.
한계도 있다. 일본식은 일회용 구조를 유지한다. 바이오매스 35%라 해도 나머지 65%는 플라스틱이다. 한국식은 여행자가 준비하지 못했을 경우 외부에서 새 플라스틱 제품을 구매하게 만든다. 소비가 이동할 뿐 총량이 얼마나 줄었는지는 별도 검증이 필요하다.
결국 질문은 어느 쪽이 더 친환경인가가 아니다. 규제가 산업 구조를 어디로 이동시키는가다.
국제적으로도 두 모델은 병존하며, 경쟁 중이다. 함량 숫자 경쟁이 실제 온실가스 배출 저감으로 이어지는지, 무상 제공 금지가 총량 감소로 이어지는지 데이터로 증명돼야 한다. 규제는 선언이 아니라 설계다. 욕실 선반 위 칫솔 하나가 정책의 방향을 드러낸다.
황덕현 경제부 기후환경전문기자.©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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