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목 늘리면 더 불리"…고교학점제 개선에도 소규모 고교 '한숨'

사회

뉴스1,

2026년 3월 01일, 오전 07:00

25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과학도서관에서 열린 미리보는 고교학점제 및 대입진로, 진학설명회를 찾은 참관객들이 자료집을 살펴보고 있다. 2023.11.25 © 뉴스1 김진환 기자

3월 신학기부터 개선된 고교학점제가 본격 시행되지만, 학생 수가 적은 소규모·농산어촌 고등학교에서는 ‘선택과목을 늘릴수록 오히려 학생들이 불리해진다’는 현장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도 취지와 달리 학교 규모와 지역 여건에 따라 학생 선택권과 대입 경쟁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다.

1일 교육계에 따르면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개최한 전문가 연속 간담회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이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제기됐다. 안상현 경북 청송교육지원청 장학사는 "고교학점제하에서 학생 수가 적은 농산어촌 학교는 물리적으로 개설할 수 있는 과목 수가 대도시 대규모 학교에 비해 현저히 적다"며 "소규모 학교 학생의 과목 선택권이 사실상 제약받고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농산어촌 학생들의 경우 고교학점제와 내신 5등급 상대평가 체제가 맞물리면서 성적 관리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안 장학사는 "선택과목을 늘리면 수강 인원이 9명 미만의 소인수 강좌로 쪼개져 1등급(10%)을 받을 수 있는 인원이 아예 없거나 성적 관리가 매우 불리해진다"며 "이 때문에 학생들이 적성보다는 성적 취득이 용이한 특정 과목으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입 과정에서의 불이익 우려도 이어졌다. 고교학점제 이후 대학들이 전공 적합성과 과목 이수 이력을 강조하는 흐름 속에서, 소규모 학교 학생들은 과목 개설 한계와 인프라 부족으로 대학이 권장하는 전공과목을 충분히 이수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대규모 학교 학생들에 비해 정성 평가에서 불리한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아울러 온라인학교와 공동교육과정 역시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왔다. 코티칭 인력과 온라인 강사 부족, 공동교육과정 참여를 위한 교통 여건의 열악함 등으로 인해 운영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교사 인력 부족 문제도 고교학점제 안착의 주요 과제로 꼽혔다. 이승리 전북 만경여고 교사는 "소규모 학교에서는 교사 수가 부족해 전공이 아닌 과목을 여러 개 맡아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며 "수업의 질과 전문성 확보에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학교 규모와 관계없이 동일한 행정 업무가 부과되면서 교사 1인당 업무 부담이 과중하다는 점도 함께 지적됐다.

교사단체와 교육계 전반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소규모 학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고교학점제의 제도 설계 전반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택과목 확대와 학생 맞춤형 교육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평가 체계와 교원 수급, 행정 부담이 함께 개선되지 않으면 현장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 교원단체 관계자는 "고교학점제는 학교 교육과정 운영 전반을 바꾸는 대형 개편인데, 교사 충원이나 업무 경감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며 "학생 선택권 확대가 현장에서는 선택과목 개설 책임과 성적 관리 부담으로 교사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고교학점제 시행 과정에서 과목 개설과 교사 수급이 용이한 대도시 대규모 학교로 인력과 자원이 집중될 경우 소규모 학교와 해당 지역의 소멸을 가속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확대에 앞서 현장에서 학생을 직접 지도할 교사·강사 인력 지원을 강화하고, 소규모 학교에 대한 교원 정원 기준 배려와 인센티브 제공, 공동교육과정 참여를 위한 물리적 여건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mine12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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