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무소속 의원이 지난 27일 오전 마포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서 공천헌금 수수 등 13개 의혹과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2차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26.2.27 © 뉴스1 안은나 기자
김병기 무소속 의원에게 수천만 원을 건넨 혐의를 받는 전직 서울 동작구의원들이 경찰 조사에서 "공천 헌금 명목이 아니라 총선 자금을 지원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가를 바라고 한 부정한 '청탁'이 아닌 정치적 후원 목적이었다는 주장이다.
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전직 동작구의원을 지낸 전 모 씨와 김 모 씨는 지난 1월 경찰 조사에서 2020년 총선 직전 김 의원 배우자인 이 모 씨와 최측근 이지희 동작구의회 부의장이 요구해 각각 1000만 원과 2000만 원을 전달했고, 수개월 뒤 돌려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이들은 "구의원 후보 공천을 전제로 준 돈이 아니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품을 제공한 시점엔 지방선거가 2년 넘게 남아 있었고, 두 사람 모두 구의원 신분이어서 공천을 청탁할 이유가 없었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금품은 총선에 출마한 김 의원을 돕기 위한 '정치자금' 성격이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전 씨는 2023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동작구청 주차장에서 이지희 구의원에게 1000만 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도 "김 의원 자택에 방문해 사모님께 현금 2000만 원을 직접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의 주장대로 현금이 공식적인 회계 절차 없이 오갔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정치자금법은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된 계좌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정치자금을 주고받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더해 경찰은 뇌물죄 적용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 중이다. 전 씨와 김 씨가 준 돈이 지방선거 공천과 직접 관련이 없더라도, 금품이 오간 시기 동작구의회에선 의장·예산결산위원장 선출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이 영향력을 행사헀는지, 금품에 구의회 의장·위원장 선출과 공천 등의 대가성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김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 동작구에서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경찰은 강선우 무소속 의원과 김경 전 서울시의원의 '1억 원 공천헌금' 의혹과 관련해선 정치자금법 위반 및 배임수증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영장 단계에서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았다. 정당 공천이 국회의원의 직무상 '공무'라기보단 정당 내부 의사결정인 '당무'에 가깝다고 봐서다.
김 의원 사건에서도 공천 등 당내 의사결정과 관련한 청탁이 있었다면 배임수·증재죄가 검토될 수 있다.
다만 금품 제공이 동작구의회 의장·예결위원장 선출 등 '공적인 영역'과 맞물려 있어, 김 의원이 국회의원 지위를 바탕으로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확인될 경우 뇌물죄 적용 여지도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뇌물죄는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대가성 금품을 수수했을 때 성립한다.
형사법 전문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뇌물죄의 직무 관련성은 '공적인 업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며 "관례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부분도 사실상 직무와 관련된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곽 변호사는 "지역구 국회의원이 그간 구의회 업무에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해 왔고, 그게 확인된다면 뇌물죄가 성립될 수 있다"며 "이 점이 공천을 당무로 보고 배임수증재를 적용한 강선우 사건과의 차이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뿐만 아니라 김 의원의 '차남 취업 청탁' 의혹에 대해서도 경찰은 뇌물죄 적용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김 의원은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 차남 취업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김 의원은 차남 취업 이후 금융위원회를 피감기관으로 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경쟁사인 두나무를 겨냥한 질의를 여러 차례 한 바 있다. 경찰은 이를 차남 채용을 대가로 빗썸에 유리한 의정 활동을 한 정황으로 보고 뇌물수수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한편 경찰은 지난 26일과 27일 연이틀 김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김 의원은 대부분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27일 전 씨와 이 부의장을 불러 대질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김 의원에 대해 2차 조사까지 마친 경찰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면 김 의원을 다시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구속영장 신청을 통해 신병 확보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o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