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황작물서 '기후 전략 작물'로…고구마, 식량안보 '대안'으로 부상

사회

뉴스1,

2026년 3월 02일, 오전 08:30

전남 영암군 신북면 한 황토고구마밭에서 농민들이 고구마 수확에 한창이다.© 뉴스1 김태성 기자

기후위기로 전통적 농작물 재배가 점점 어려워지는 가운데, 과거 '구황작물'로 취급되던 고구마가 고온과 가뭄에도 안정적 생산이 가능한 '기후 적응형 전략 작물'로 주목받고 있다. 제주대 연구진은 고구마가 벼, 감자, 밀 등 다른 주요 작물보다 기후변화에 강하고 재배 적합지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2일 제주대 아열대농업생명과학연구소 등에 따르면 한경덕 청주교대 교수팀(농업생명연구실)은 '기후 변화 위기와 식량 안보를 위한 고구마의 중요성' 연구를 통해 이런 가능성을 조명했다.

고구마는 고온·가뭄 조건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한 작물로 평가됐다. 연구진은 고구마가 벼나 감자에 비해 기후변화 시나리오에서 재배 적합지 확대 폭이 훨씬 크다고 분석했다. 고구마의 재배 적합지는 2030년, 2050년, 2070년에 최대 23~32%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밀과 옥수수, 쌀 등은 고온과 수분 스트레스에 민감한 작물로 분류돼 기후변화가 가속될수록 재배 가능 지역이 줄어들거나 생산성이 하락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 교수팀에 따르면 기후 시나리오 분석에서는 벼와 감자의 미래 재배 적합지 증가 폭이 2030~2070년 기준 각각 13~17%, 9~11%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위기가 심화할수록 일부 작물은 사실상 재배 한계에 직면하거나 지역 단위에서 '퇴출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경고다.

생산성 지표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전 세계 고구마 재배 면적은 2011년 791만 헥타르(ha)에서 2023년 757만 ha로 소폭 감소했지만, 단위 면적당 수확량은 지속해서 증가했다. 세계 평균 고구마 수확량은 연평균 ha당 60.9㎏씩 증가했으며, 특히 아프리카 지역은 연평균 192.9㎏ 증가해 생산성 개선 속도가 가장 빨랐다.

고구마의 기후 적응력은 생리적 특성에서 비롯된다. 생육 초기에는 수분 부족에 취약하지만, 뿌리가 정착한 이후에는 가뭄 저항성이 크게 높아진다. 물 이용 효율이 높고 척박한 토양에서도 재배할 수 있어, 강수 변동성이 커지는 기후위기 환경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단위 면적당 전분 생산량은 옥수수의 2배 이상으로 알려져 열량 공급 측면에서도 효율적인 식량 자원으로 평가된다.

한 교수팀은 고구마가 단순히 재배가 쉬운 작물을 넘어, 기후위기 시대 식량 안보를 지탱할 전략 작물로 기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수확 후 가공을 통한 식품·음료·전분·바이오에탄올 등 활용 범위가 넓고, 저장성과 가공성을 개선할 여지도 크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았다. 최근에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과 CRISPR/Cas9 기반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해 가뭄·염 스트레스 내성, 전분 품질, 영양 성분을 동시에 개선하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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