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전남 나주시 소재 전력거래소를 방문해 동계 전력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22 © 뉴스1
해외에서 제도화 단계에 들어선 P2P(Peer to Peer) 전력 거래의 국내 수용성이 주요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으로 평가됐다. 지산지소형 분산 에너지 체계의 핵심 수단으로 꼽히는 P2P 전력 거래에서 한국이 구조적으로 뒤처져 있다는 분석이다.
3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국제차세대융합기술학회는 최근 P2P 전력 거래와 관련한 제도 수용성 연구에서 한국이 100점 만점 기준 60.4점 수준으로, EU(85.8점)보다 29.6%, 독일(87점)보다 30.6% 낮았다. 일본(75점)과 비교해도 격차는 19.5%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학회는 독일·EU·호주·일본·한국의 제도 수용성을 정량 비교했다. 연구를 주도한 이원부 동국대 핀테크블록체인학과 교수 연구팀은 △구조적 정합성 △정책 연계성 △사회적 수용성 △기술 성숙도 △규제·데이터 정합성 △확산 가능성 등 6개 항목에 가중치를 적용해 점수를 산출했다.
P2P 전력거래는 개인이나 소규모 공동체가 태양광 등으로 생산한 전력을 이웃이나 다른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방식이다.
발전사가 전력거래소 도매시장에 전력을 판매하고, 한국전력(한전)이 이를 단일구매자로 사들여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한국의 현행 중앙집중형 구조와 달리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연결된다. 전력 소비자가 생산자인 '프로슈머'로 시장에 참가하는 구조다. 지역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지역에서 소비하게 해 송전 손실을 줄이고, 중앙 전력망 부담을 낮출 수 있어 지산지소형 에너지 체계의 기본 단위로 평가된다.
블록체인은 이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이다. 스마트 계량기(AMI)로 측정한 전력 사용량을 분산원장에 기록하고, 스마트 계약을 통해 가격·전력량·시간 조건이 맞으면 자동으로 거래와 정산이 이뤄진다. 거래 기록 위·변조가 어렵고, 중개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재생에너지 확대와 시민 참여형 에너지 전환의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제도적 기반 위에서 P2P 전력거래가 확산하고 있다. 독일은 시민 에너지 협동조합과 재생에너지법(EEG)을 통해 소규모 전력 생산자의 거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했다. EU 역시 재생에너지 지침을 통해 시민 에너지 커뮤니티와 P2P 거래의 법적 지위를 명시했다. 정책 전략안에 P2P 전력거래를 공식 수단으로 편입한 점이 높은 점수의 배경으로 분석됐다.
호주는 기술 성숙도가 가장 높게 평가됐다. 실시간 거래와 자동 정산이 구현됐고, 일부 주에서는 스마트 계량기와 연동한 가구 단위 거래가 상용화 단계에 근접했다. 일본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지역 마이크로그리드와 결합한 P2P 전력거래를 실증하며 재난 대응과 회복탄력성 강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전력거래소 중심 단일구매자 체계로 통상 소비자 간 직접 전력거래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쉽게 말해 자가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력을 이웃 가구에 직접 판매하는 것은 현행 제도상 허용되지 않는다.
전기사업법상 개인이나 커뮤니티가 전력 판매 주체로 인정되지 않고, 송·배전망 이용요금 부과 기준과 데이터·보안 규정도 명확하지 않다. 이 때문에 블록체인 기반 P2P 전력거래는 규제 샌드박스 실증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2023년 기준 허용된 실증 사례는 5건에 불과하다.
항목별 평가에서도 한국의 취약점은 제도 영역에 집중됐다. 전력시장 구조와의 정합성을 평가하는 항목에서 한국은 독일보다 약 30% 이상 낮았고, 탄소중립 정책과의 연계성에서도 EU 대비 30% 안팎 낮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기술 성숙도 격차는 상대적으로 작았다. 연구팀은 이를 두고 "기술은 일정 수준 준비됐지만 제도적 수용성이 뒤따르지 못하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연구는 P2P 전력거래 확산의 핵심이 기술 경쟁력이 아니라 제도 수용성이라고 결론지었다. 법적 정의 신설, 소규모 전력사업자 제도 도입, 스마트 계약의 법적 효력 인정, 송·배전망 이용 규칙과 데이터 거버넌스 정비 없이는 한국이 선도국과의 20~30%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ac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