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네이 독재 종식 좋지만 가족·친구 걱정"…재한 이란인들 '희비'

사회

뉴스1,

2026년 3월 03일, 오후 05:32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이슬람 서울중앙성원의 모습. 2026.3.3 © 뉴스1 권준언 기자

"물론 이란에 있는 친척들이 걱정되지만 아픔을 치르지 않고선 암덩어리(하메네이)를 도려낼 수 없잖아요. 그래서 감수하는 거예요."

이란 출신 귀화자인 박씨마 목사는 3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하메네이의 사망에 대한 기쁨과 이란에 남은 친척·친구들에 대한 걱정이 섞인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박씨마 목사는 "지금 인터넷이 안 되고 일반전화도 다 끊겨서 연락이 다 두절된 상태"라고 말했다.

지인들을 걱정하던 박씨마 목사의 목소리는 '하메네이의 사망'을 언급하면서 다시 밝아졌다. 박씨마 목사는 미국이 이란을 공습한 것에 대해 "그렇지 않고선 (하메네이로부터) 벗어날 길이 없기 때문에 (미국에) 감사했다"며 "국민들이 공식적으로 지도자를 투표하는 자유민주주의를 바란다"고 말했다.

"독재자 물러나서 좋아" "친척들과 연락 끊겨"…차기 지도자 기대 목소리도
미국,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재한 이란인들 사이에선 하메네이의 사망을 환영하는 목소리와 가족·친구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한국에서 유학 중인 20대 이란 여성 A 씨는 "나를 포함해 이란인 대부분이 하메네이 정권에서 심각한 검열과 구금을 겪어왔기 때문에 하메네이의 죽음을 반기고 있다"며 "이번 공습으로 다친 이란인들이 걱정되지만 독재자가 물러난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20년 째 살고 있는 이란인 B 씨(38)도 "인터넷이 끊기고 나서 친척들과 연락이 안 되고 있어서 답답하다"며 "이번 기회에 독재 정권이 끝나고 이란 국민들이 억울한 죽음 없이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란의 마지막 왕세자로 미국에서 망명하고 있는 레자 팔레비를 차기 지도자로 꼽고, 국민들이 투표를 통해 지도자를 선출했으면 좋겠다는 기대의 목소리도 나왔다.

박씨마 목사는 "하메네이 정권이 무너지고 다음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팔레비 왕세자가 리더 역할을 맡겠다고 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이제는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서 국민을 우선순위로 생각하는 정권이 들어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이슬람 거리의 모습. 2026.3.3 © 뉴스1 권준언 기자

"아무 이유 없이 전쟁 휘말려"…주변국 국민들 '시름'
이란이 바레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등 주변국에 보복 공습을 가하면서 군사적 긴장감이 확산되자 주변국의 국민들은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이슬람 서울중앙성원 인근에서 만난 이집트인 왈리드 씨(35·남)는 "아내의 가족은 이집트에 있는데 전쟁 걱정을 많이 하고 있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속상하다"며 "팔레스타인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란에서도 아이들이 죽었다는 것에 속상한 기분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13년 전 이집트에서 한국으로 온 모하메드 라가브 씨는 "7~8개국이 아무 이유 없이 전쟁에 휘말렸다"며 "가족이 이집트, 두바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데 상황은 진정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고 있으며 공격과 표적은 더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성원에서 기도를 마치고 나온 라가브 씨는 "모든 사람의 안전을 기도했다"며 "더 이상 다른 나라가 개입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민사회단체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야만적 침략 전쟁 행위'라며 연일 규탄하고 있다. 40개 단체가 모인 트럼프규탄 국제민중행동 조직위원회와 국제민중 총회 등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 대사관 앞에서 미국의 이란 공격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란 태생, 캐나다 국적인 시아바시 사파리 서울대 서아시아학 교수는 "미국과 이스라엘은 억압적인 정부로부터 이란 민중을 해방하는 전쟁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보다 더 새빨간 거짓말은 없다"며 "이 전쟁의 이유는 오직 단 하나, 중동 지역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지배를 확고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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