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의 시선]촉법소년 연령 하향의 전제조건

사회

이데일리,

2026년 3월 06일, 오전 05:00

[이데일리 김영수 총괄에디터] 촉법소년 연령 하향(만 14세→13세) 논의가 다시 불붙었다. 지난달 23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두 달 내 국민여론을 수렴해 촉법소년의 연령 하항 문제와 관련해 답을 내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다만 앞선 정부에서도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위한 공론화를 거쳐 법 개정을 추진하려 했지만 번번이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무산됐다.

촉법소년의 연령 하향 요구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범죄 연령이 낮아지고 있어서다. 법무부에 따르면 소년범죄 보호처분 대상자 중 13세 비중은 14·15세와 비슷한 15% 안팎인 반면 12세는 5% 수준으로 낮다. 촉법소년 연령을 13세로 낮추자는 여론에 무게가 실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범행 건수도 증가세다. 2021년 대비 지난해 형사 미성년자(만 10~13세) 범행 건수는 1만 1677건에서 2만 1000여 건으로 약 80% 늘었다. 같은 기간 성폭력 범행은 398건에서 739건으로 85% 증가했다. 이들 범죄 중에는 촉법소년이라는 걸 악용하는 사례도 빈번하다는 게 일선 경찰뿐 아니라 법원의 판단이다.

촉법소년의 연령을 14세 미만으로 정한 소년법은 1958년 제정 이후 70년 가까이 유지하고 있다. 소년법에 따르면 14세 미만 소년범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보호관찰, 사회봉사, 소년원 단기 송치 등 보호처분만 가능하다. 이같이 낡은 촉법소년 제도가 복잡해진 현 사회를 반영하기엔 충분치 않다는 지적에도 무게가 실린다. 더구나 청소년들은 과거에 비해 키, 몸무게 등 외적 성장이 두드러진 반면 SNS 등 인터넷 과몰입 등에 의해 사고의 성숙도는 되레 낮아진 특징을 갖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중2’는 건들지 말라는 얘기도 있다. 덩치는 크지만 미성년자이기에 본인의 행동을 책임질 만큼의 사고를 갖추지 못해서다. 청소년의 비행 원인이 복잡·다양해지고 있다는 점도 소년범죄가 늘고 있는 요인이다. 사이버 도박, 무인점포 절도,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딥페이크(이미지·음성합성기술) 범죄 등 입건 피의자 중 10대가 60%를 차지할 정도다.

촉법소년 범죄가 갈수록 저연령화·지능화·대범화돼 가고 있는 상황에서 연령을 선뜻 낮추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득 몇 년 전 서울중앙지법 A 부장판사와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당시엔 소년범 문제를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재판’이 사회적 관심을 받을 때였다. 촉법소년이라는 걸 악용해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들의 잔혹한 모습이 드라마를 통해 비춰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A 부장판사는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답을 듣기 전 미리 “당연히 낮춰야죠”라는 말을 기대했던 내가 잘못 생각했다 싶었다. A 부장판사는 “단순히 연령을 한 살 낮춘다고 해서 소년범죄를 예방할 수 있을까요?”라고 운을 뗀 후 “촉법소년의 연령 하향을 논의하기에 앞서 우리 사회가 소년범죄를 예방하고 재범방지 등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사회구조적 문제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영향 특히 소년의 미래가 좌우된 만큼 여론에 몰려 연령을 낮추는 건 당장 실효적 대안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다. 2022년 촉법소년 연령 하향 시도가 무산된 이유도 “국제인권기준이 요구하는 소년의 사회 복귀와 회복의 관점에 반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뿐 아니라 “소년범죄가 가정폭력, 보호자의 부재로 인한 사회구조적 문제인데 반해 개인에게만 책임을 지워서는 안된다”는 사회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촉법소년의 강력범죄 증가추세와 맞물린 연령 하향 논의는 충분히 숙의해야 할 사회적 어젠다임에 틀림없다. 다만 전문가들의 지적과 같이 연령 하향이 유일한 범죄 예방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 처벌과 교화가 적절히 맞물려 작동할 수 있도록 소년범죄의 구조적 문제 점검은 물론 전문적인 교정 프로그램 등과 같은 개선 방안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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