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안보환경협회가 협회 회의실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사진= 에너지안보환경협회)
협회는 최근 중동 지역 지정학적 긴장이 빠르게 고조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이미 불안정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동북아 액화천연가스(LNG) 현물 가격이 단기간에 상승하고 국제 유가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해상 보험료와 유조선 운임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협회는 이러한 변화가 실제 해협 봉쇄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에너지 수송 비용과 공급 불확실성을 동시에 확대시키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 전반에 심리적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동에서 생산되는 원유와 LNG가 아시아 에너지 시장 가격의 기준점 역할을 해온 만큼 군사적 충돌이 장기화할 경우 아시아 시장 전반이 구조적 공급 불안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협회는 한국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경우 이러한 충격이 제조업 생산 비용 상승과 반도체 산업 경쟁력 약화, 전력 가격 변동, 생활물가 상승 등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석유 비축 수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현재 ‘208일치 비축’ 지표는 필수 소비량 기준으로 산정된 수치로,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면 일반 소비 제한이 이뤄져 실제로는 더 오랜 기간 버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산업 생산과 물류가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초기 국면에서는 소비량이 더 높아져 가용 기간이 짧아질 수 있어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동적 지표’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비축유의 실질적인 활용 역량을 높이기 위해 항만 하역 능력과 정유시설 처리 용량, 내륙 운송 체계 등 방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물류 병목을 사전에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가자원안보 특별법, 에너지 수급 대응 기반될 것”
협회는 최근 시행된 ‘국가자원안보 특별법’이 에너지 수급 위기 대응의 중요한 정책 기반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법은 위기 상황에서 비축유 방출, 민간 비축 의무 완화, 에너지 사용 합리화 조치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발동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도다. 특히 비축유 방출은 단순한 공급 확대를 넘어 정부가 에너지 수급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전달하는 전략적 수단인 만큼 방출 시점과 규모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협회는 강조했다.
협회는 전쟁 전개 상황에 따른 3단계 에너지 비상 대응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국지적 군사 충돌 단계에서는 국제 현물 시장에서의 물량 확보와 도입선 다변화가 핵심 과제이며 북미와 남미, 서아프리카 등 중동 의존도가 낮은 지역과의 공급 계약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해협 봉쇄가 현실화되는 단계에서는 정부와 민간 비축 자원을 전략적으로 방출해 산업 가동률을 유지하고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과 공동 대응 체계를 가동해 시장 불안을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동 전역으로 분쟁이 확산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산업별 에너지 사용 제한과 전략적 에너지 배분 체계 구축, 국가 차원의 수요 관리 정책 등 강력한 비상 대응 조치가 필요하다고 협회는 설명했다.
이웅혁 에너지안보환경협회 회장은 “에너지 안보는 국가 경제의 혈맥을 지키는 문제이며 지금은 단순한 상황 관찰 단계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총력 대응 체제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며 “정부는 민간 기업과 국제기구, 주요 에너지 공급국과의 협력 및 주요 수입국 간 공동 비축유 스와프망 등을 통해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한 전략적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