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감독이 여러 차례 개인적인 술자리에 불러 성희롱 발언과 성추행까지 했습니다. 선배에게 이 사실을 알렸지만 문제 삼으면 다른 팀원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고 해서 쉬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세계 여성의 날을 이틀 앞둔 6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직장갑질119 젠더폭력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2022년부터 접수된 상담 내용과 방송·미디어 제작 현장 성폭력 실태조사에 접수된 사례를 통해 확인한 직장 내 성희롱 사각지대 사례를 발표했다.
직장갑질119 젠더폭력특위원장을 맡고있는 여수진 노무사는 "작은 사업장이나 비정규직일수록 성희롱에 더 취약하지만 원청 직원, 사용자의 가족, 프리랜서·특수고용 사용자에 의한 성희롱 등은 법령상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아 신고조차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법이 사각지대를 방치하는 사이 성희롱 피해자가 신고도 못 해보고 회사를 떠나는 현실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성희롱 사각지대 유형으로 △사업주가 아닌 사용자에 의한 성희롱 △프리랜서·특수고용 노동자가 경험하는 성희롱 △원·하청 근로자 간 성희롱 △사용자의 친인척에 의한 성희롱 등을 들었다.
성희롱을 당해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유형은 사업주가 아닌 법인 대표 등 사용자에 의한 성희롱이다.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은 사업주가 성희롱을 한 경우에만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으므로 법인 대표의 성희롱은 과태료 대상이 되지 못한다.
피해자 A 씨는 지난해 10월 직장갑질119 상담을 통해 "사장이 여자가 커피 타 오길 원해서 사장님 출근하시면 수시로 커피 심부름을 한다"며 "제가 아무리 거부해도 소용이 없고 오히려 보복하듯 다른 잡무까지 몰아주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처럼 법인 대표가 성희롱의 주체면 피해자는 신고를 하더라도 대표에 의한 보복성 조사 및 징계로 이어져 성희롱이 시정되기 어렵다.
또한 남녀고용평등법상 보호받지 못하는 프리랜서·특수고용 노동자는 성희롱을 경험해도 신고할 곳이 없다. 남녀고용평등법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만 적용되고, 프리랜서는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는 불안정한 지위 때문에 성희롱을 신고하기도 쉽지 않다는 게 직장갑질119의 지적이다.
아울러 성희롱 가해자가 대표 등 사용자의 친척인 경우에도 피해자가 신고하기 어려워진다.
소규모 회사에서 대표와 대표의 아들인 실장과 함께 근무하던 한 피해자는 2023년 2월 직장갑질119와의 상담에서 "실장이 자꾸 성희롱 발언을 하고 따로 점심을 먹자고 한다"며 "이후 밤에 계속 실장이 전화해 '뭐 하시는 거냐'고 항의했더니, 되레 '권고사직 처리할 테니 짐 싸서 나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으로 △사업주가 아닌 사용자에 대한 과태료 부과 △사용자의 친인척에 의한 성희롱에 대한 과태료 부과 △원청에 직장 내 성희롱 사용자로서의 조치 의무 부여 및 하청 노동자의 직장 내 성희롱 신고를 이유로 한 원청의 부당행위 금지 △ILO 제190호 폭력과 괴롭힘 협약 비준 △직장 내 성희롱 보호 범위 확장을 촉구했다.
sinjenny97@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