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서적은 필수, 점심은 학식"…대학가 덮친 캠퍼스플레이션

사회

뉴스1,

2026년 3월 07일, 오전 08:00

2026년 중앙대 자연과학대 학생회가 관리하고 있는 중고 전공 서적./뉴스1 ⓒNews1 윤주영 기자
전공 교재가 비싸다 보니 올해 학생회는 공약 차원에서 중고 서적을 기부받아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어요. 6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에서 만난 자연과학대 학생회 관계자는 학생회실 옆 책꽂이를 바라보며 근심스런 표정으로 설명했다. 책꽂이에는 빛바랜 중고 교재들이 빼곡히 꽂혀있었다. 지나가던 학생들이 더러 몇 권을 꺼내들어 유심히 살펴보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4년제 대학 등록금 인상, 고금리·고물가 기조 등으로 인한 '캠퍼스 플레이션'(대학가 + 인플레이션)이 대학가를 덮치면서올해 대학가에도 새학기가 밝았지만 학생들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이날 만난 학생들은 대체로 월 60만~80만 원의 생활비를 쓰고 있었다. 이들은 저가 커피, 학식 등 식비부터 아끼는 중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영학과 2학년 이 씨(20·남)는 "학교 밖 식당은 기본적으로 끼니당 1만~2만 원이라 매번 사먹기는 부담"이라며 "저렴하고 강의실과 가까운 학식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공과대 앞에서 만난 6명의 남자 신입생들도 "선배들이 학식이 싸다고 해서 다같이 먹으러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중앙대 법학관 구내식당. 자율배식 한식은 5500원이다./뉴스1 ⓒNews1 윤주영 기자

실제로 인근 법학관 구내식당의 메뉴는 대체로 6000원 안팎으로 인근 식당가의 절반 수준이었다. 낮 12시쯤 되자 80여명의 학생들로 식당은 붐비기 시작했다.

5만~6만 원에 달하는 교재비도 부담이다. 상당수가 학생 커뮤니티 플랫폼을 통해 중고 서적을 찾거나, 선배 교재를 물려받는다고 전했다.

팬데믹에 이어 고물가로 인해 MT(멤버십 트레이닝), 학생회 등 교류 활동도 점차 위축되는 분위기다.

중앙대 경영학과 2학년 황 씨(여·21)는 "학생회비는 필수도 아니고 납부 시 혜택도 잘 모르겠어서 안 내고 있다"며 "경영학부 어떤 반은 인원 부족으로 엠티가 취소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성신여대 2학년 한 여학생은 "신학기 오리엔테이션에서 인당 3만 원씩 걷는 등 한 번에 돈이 많이 나가는 시기"라고 말했다.

꾸준히 오르는 대학가 월세도 문제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 주요 10개 대학 인근 원룸(전용면적 33㎡ 이하)의 평균 월세는 보증금 1000만 원에 62만 2000원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 상승한 수치다.

이같은 탓에 룸메이트와 사는 걸 감수하더라도 기숙사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됐다고 학생들은 전했다.

중앙대 건축학과 1학년 최 씨(19·여)는 "우리 학교 '블루미르' 기숙사비가 신관 4인실 기준 한 학기(4개월)에 130만 원쯤"이라며 "인근 월세의 절반도 안 되기 때문에 입주 경쟁이 치열하다. 성적순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보다 3배 가량 뛴 램값 등으로 인해 대학생 필수품인 노트북·컴퓨터도 비싸졌다. 삼성전자 최신 노트북인 '갤럭시 북6'은 지난 세대 대비 두 배 비싼 300만 원에 육박한다.

세종 소재 한 대학교의 4학년생이라는 유 씨(25·남)는 "컴퓨터를 한 대 새로 맞추고 싶었지만 램과 그래픽카드 값이 너무 올라 포기해야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대학 등록금 줄인상도 캠퍼스플레이션을 가중하고 있다.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사총협)에 따르면 지난해 4년제 대학 190개교 중 131개교(68.9%)가 등록금을 올렸으며, 올해는 125개교(65.8%)가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다.

물가는 꾸준히 오르는 상황에서 17년 가까이 이어진 정부의 등록금 동결 기조를 버티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식비뿐 아니라 정보통신비용도 학생들의 필수 지출의 영역이 됐다. 학습이 디지털 기반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며 "대학 자체 재원만으론 학생 복지 확대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자체가 협조해야 한다. 쌀 등 현물 지원이나 단기 일자리 확대 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6일 성신여대 교정 한 게시판에 붙은 '천원의 아침밥' 포스터./뉴스1 ⓒNews1 소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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