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정지출 물가 자극…저소득층 타격 더 컸다"

사회

이데일리,

2026년 3월 08일, 오전 08:01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확대된 정부 재정지출로 인한 물가 부담이 소득계층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위기 상황에서 사회보장 지출을 설계할 때 물가 상승의 분배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코로나19 시기 한국의 사회보장지출과 인플레이션: 재분배에 대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확대된 재정지출은 물가 상승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경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 6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며 대규모 재정지출을 단행했다. 이 기간 2022년 법정 지방이전지출을 제외하고 그 규모는 총 172조 5000억원에 이른다.

(자료=한국보건사회연구원)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는 재정수지 악화와 국가채무 증가로 이어졌다. 2020년 통합재정수지는 71조 2000억원, 관리재정수지는 112조원 적자를 기록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5.4% 수준까지 악화됐다. 국가채무도 같은 해 846조 6000억원으로 GDP 대비 40%를 처음 넘어선 뒤 2023년에는 1126조 8000억원까지 불어났다.

재정 확대는 물가 상승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2023년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을 분석한 결과 재정지출 충격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평균 0.1~0.35%포인트 정도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물가 상승률이 높았던 2022년에는 재정 충격의 기여도가 이전보다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물가 상승이 모든 가구에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가구 특성에 따라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가구별 소비 구조를 반영해 ‘유효 인플레이션’을 분석한 결과, 저소득 가구는 2000년대부터 최근까지 더 높은 물가 상승률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저소득층이 식료품이나 주거·광열 등 필수재 지출 비중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런 품목의 가격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만큼 저소득층이 체감하는 물가 상승 부담이 더 컸다는 설명이다.

특히 팬데믹 위기 상황에서 필수재 중심의 물가 상승으로 인한 타격은 저소득층에서 더 컸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구별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분석한 결과, 실질소득 감소 폭은 저소득층에서 더 크게 나타났으며, 2022년 이후에는 최저소득층과 최고소득층 간 실질소득 감소 격차가 최대 18배 이상 벌어진 것으로 추정됐다.

이같은 차별적 인플레이션이 사회보장지출의 재분배 효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동일한 현금 지원이라도 물가 상승률이 계층별로 다르게 나타날 경우 실제 실질소득 개선 효과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재정지출이 경기부양 수단을 넘어 물가 구조와 분배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실질적 효과를 위해서는 위기 대응 사회보장 급여 설계 시 효율성과 형평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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