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무소속 의원이 지난달 27일 오전 마포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서 공천헌금 수수 등 13개 의혹과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2차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26.2.27 © 뉴스1 안은나 기자
경찰이 김병기 무소속 의원의 '차남 취업 청탁' 의혹과 관련해 뇌물죄 적용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0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김 의원 차남을 김 의원과 사실상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경제공동체'로 판단하고 있다. 김 의원 차남의 취업 자체를 사실상 김 의원이 받은 뇌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 차남의 채용을 청탁하고, 차남이 실제 취업하자 그 대가로 빗썸에 유리한 의정활동을 한 혐의를 받는다.
과거에도 자녀의 채용이 뇌물로 인정된 사례가 있다. 2020년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의원 딸의 KT 채용비리 사건에서 항소심 재판부는 이석채 당시 KT 회장이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무마하는 대가로 김 전 의원 딸을 채용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딸의 취업 기회를 뇌물로 수수했다"고 판단했고, 김성태 전 의원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경찰은 이같은 법리를 김 의원 사건에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다만 자녀가 이익을 얻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뇌물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장학금' 사건에서 검찰은 민정수석 취임 이후 노환중 전 부산의료원장으로부터 받은 장학금 600만 원을 뇌물로 보고 기소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구체적 직무행위의 대가로 보기 어렵다며 뇌물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대신 청탁금지법 위반만 인정했다.
또한 곽상도 의원 아들의 '50억 퇴직금'과 관련해 법원은 아들 병채 씨의 특가법상 뇌물 혐의에 대해 지난달 6일 1심 무죄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재판부는 곽 전 의원과 아들 사이에 직무와 관련해 50억 원을 수수하기로 하는 명시적·암묵적 공모관계가 성립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은 이전 사례와 달리 김 의원이 차남 취업을 빗썸 측에 직접 청탁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곽 의원 사건과는 다르게, 이번 사안은 김 의원이 직접 한 행위가 일부 있기에 이것이 어떻게 입증되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결국 김 의원 사건에서도 직무관련성과 대가성 입증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대표변호사는 "최근 판례는 직무관련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라면서 "김 의원의 경우에는 60~70% 정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대가성과 관련해선 김 의원이 피감기관을 상대로 두나무에 대한 질의 내용 자체가 합리적이고 타당한 것인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빗썸뿐만 아니라 두나무에도 차남 취업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두나무 측에 먼저 취업을 부탁했지만 거절당하고, 이후 차남이 지난해 1월 빗썸에 취업한 뒤 두나무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의정 활동을 한 것으로 경찰은 의심하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해 2월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피감기관장인 김병환 금융위원장을 상대로 두나무를 겨냥한 듯 '특정 거래소'의 독과점 문제를 지적했다. 이를 두고 사실상 빗썸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은 김 의원의 전직 보좌진들로부터도 관련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이들은 김 의원이 빗썸 관계자들과 만난 뒤 두나무에 대해 "문을 닫게 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후 두나무 독과점 문제를 지적하는 질의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만간 김 의원에 대한 3차 소환에 나선다. 조사 이후 구속영장 신청 가능성도 거론된다. 경찰은 앞서 강선우 무소속 의원에 대해서도 '1억 공천헌금' 의혹에 대해서만 배임수증재 등 혐의를 적용해 신병 확보에 나선 바 있다.
김 의원 역시 아직 들여다봐야 할 의혹이 많은 만큼, 경찰이 신병 확보를 통해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 의원은 앞선 조사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eo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