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CG)(사진=연합뉴스TV)
승진 심사 제출용이라는 이유로 후원 내역을 요청하는 경우에는 이를 본인에게 직접 보내지 않고 회사 인사 담당 부서로 전달한다. 성범죄 가해자가 후원 내역을 재판 과정에서 반성의 근거로 제출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단체들이 대응책을 마련한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후원을 신청했더니 단체 측에서 재판 여부를 묻는 연락을 받았다”, “연말정산용 기부금 영수증을 개별 발급하지 않는다는 안내를 받았다”는 경험담도 공유되고 있다.
김씨는 “월 10만원은 큰 금액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단체에서 고액 후원자라 연락했다는 설명을 듣고 놀랐다”며 “가해자들이 이런 방식으로 후원을 이용한다는 사실이 기가 막혔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씨는 “가해자들이 얼마나 교묘하게 후원 영수증을 받아가는지 새삼 느끼게 됐다”며 “선의의 후원자들이 의심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씁쓸하지만 피해자 지원 단체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고 공감을 표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기부나 후원 사실이 양형 판단에서 정상 참작 사유로 언급되는 경우가 있지만 항상 감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법부도 최근 수년간 이러한 논란을 의식해 성범죄 사건에서 반성문이나 기부 자료 등을 ‘진지한 반성’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지양하는 분위기라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다만 이같은 변화에도 피해자 지원 단체들은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성범죄 가해자들이 여전히 재판 과정에서 형량을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기부 영수증을 제출하는 사례가 확인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지난해 후원자 가운데 성폭력 사건 가해자로 확인된 회원 2명을 제명했다. 상담소는 매년 총회에서 감경 등을 목적으로 한 후원 회원을 확인하고 제명 여부를 의결하고 있다.
상담소 관계자는 “피해자를 지원하는 단체인 만큼 진정한 반성 없이 감형을 목적으로 한 기부는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성범죄 가해자로 확인되면 해당 후원자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후원금을 반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편함을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피해자 지원 기관의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해준다”고 덧붙였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가해자의 감형 목적 기부 때문에 젠더폭력 피해자를 돕기 위한 시민들의 연대에 허들이 생긴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피해자 지원 단체가 후원 목적을 확인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되는 조치다. 이런 절차가 오히려 후원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