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사될 거 같아요"…절규·억눌린 울음 속 이태원 참사 청문회 종료

사회

뉴스1,

2026년 3월 13일, 오후 11:27

1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한 유가족이 증인들의 답변을 들으며 눈물을 닦고 있다. (공동취재) 2026.3.13 © 뉴스1 김도우 기자

"여기 압사될 거 같아요. 난리 났어요."

지난 2022년 10월 29일 경찰과 소방 상황실로 걸려 왔던 12건의 신고 녹취가 13일 청문회장에 울려 퍼졌다. 연신 눈물을 훔치며 억눌린 울음소리를 내던 희생자 유가족은 녹취에서 다급한 신고자들의 비명이 나오자 목 놓아 울음을 터뜨렸다.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첫 진상규명 청문회는 이날 오후 8시 42분쯤 유가족의 절규와 울음 속 이틀에 걸친 일정을 마무리했다.

특조위는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청문회를 열고 참사 대응과 수습 단계의 실패와 관련한 질의를 진행했다.

청문회의 마지막 세션을 끝낸 직후엔 '방청인 발언' 시간을 통해 유가족 세 명의 발언을 들었다.

발언을 신청한 한 유가족은 "이태원 참사는 주최자나 법령이 없어서,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서 발생한 참사가 아니다"라며 "11건의 압사를 언급하는 신고가 있었어도 출동하지 않은 경찰청, 재난을 인지하고도 즉시 긴급구조통제단을 가동하지 않은 소방청, 인파 관리·교통 통제 등 초동 대응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용산구청, 다중 인파 밀집을 알고서도 대비하지 않은 서울시, 재난 컨트롤타워가 부재했던 행정안전부 등 국가 행정의 총체적인 부실이 빚은 대형 참사"라고 말했다.

청문회에서는 유가족의 발언 이후 마지막 절차로 참사 당일 경찰과 소방이 접수한 신고 녹취를 공개했다. 녹취 12건 전체가 유가족들에게 공개된 것은 이번 청문회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기춘 특조위 위원장은 "(녹음을 틀어달라는 요청에 대해) 증인, 참고인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요청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유가족의 뜻을 재차 확인한 뒤 녹취를 재생했다.

두 번째 녹취가 재생될 때까지 재생되는 녹취 이외의 소리 없이 고요하던 청문회장에는 세 번째 녹취에서 '사람이 몰려 쓰러지고 사고가 날 것 같다'는 말이 나오던 시점부터 훌쩍이는 유가족의 울음이 간간이 들려왔다.

이어지는 녹취에서 '사람이 너무 많아서 거의 압사당하고 있다', '지금 다 인파가 몰린다. 긴급출동해야 할 것 같다'는 신고자들의 목소리가 나오자 유가족들은 나직한 한숨을 내쉬며 안경을 벗고 눈물을 닦았다.

일부 유가족은 영상 없이 목소리만 재생되는 데도 차마 빈 화면조차 못 보겠다는 듯 고개를 숙이거나 옆으로 돌린 채 자리를 지키기도 했다.

각기 다른 녹취들에서 '인파가 너무 많다', '출동하겠다'는 말들이 여러 차례 반복되자 유가족들은 억눌린 울음소리가 섞인 탄식을 내뱉었다.

18분에 걸쳐 12개 음성이 재생되는 가운데 후반부로 갈수록 신고자들의 목소리가 다급해지면서 유가족들의 울음도 함께 커졌다. 11번째 녹취에서 '압사된 거 같다. 난리 났다'는 신고에 뒤이어 신고자의 비명이 나오자 유가족들은 쉰 목소리로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

녹취 재생이 끝나자 유가족들은 증인석에 앉은 박희영 용산구청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김의승 전 서울시청 행정1부시장 등 8명을 향해 '저것들이 인간이야', '우리 애들 보내줘' 등 고성을 질렀다. 벽을 향해 들고 있던 페트병 생수를 던지며 반발하거나 증인을 향해 달려들려다 제지된 유족도 있었다.

한 유가족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며 이민 위원에게 달려들려다 현장 관계자들에게 제지된 뒤 바닥에 누워 절규했다. 해당 유가족은 응급팀이 들것을 들고 들어오자 '내가 새끼도 보냈는데 이런 걸 못 버티겠나'라며 흐느꼈다.

국민의힘 몫 특조위원인 이민 위원은 이날 특조위와 무관한 질의로 유가족 항의와 위원장의 자제 요청을 받은 바 있다.

녹취는 청문회 마지막 세션인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에 관한 질의와 방청인 발언 직후 재생됐다. 해당 세션의 증인으로 참가한 △박희영 용산구청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유승재 전 용산구 부구청장 △최원준 용산구 안전재난과장 △황의현 용산구청 안전재난과 주무관 △김의승 서울시청 행정1부시장(퇴직) △한제현 서울시청 행정2부시장(퇴직) △이승복 서울시청 안전총괄과장 등은 증인석에서 녹취를 함께 들었다. 이들은 녹취 재생이 종료된 직후 오후 8시 42분쯤 송 위원장이 정회를 선포함과 함께 청문회실을 빠져나갔다.

1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청문회 정회 후 청문회장에 투입된 들것. (공동취재) 2026.3.13 © 뉴스1 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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