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지나고 요건 안 돼…접수된 재판소원 사건 대부분 '각하' 가능성

사회

뉴스1,

2026년 3월 15일, 오전 06:39

'최종심'인 대법원의 확정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된 '사법개혁 3법이 12일 0시 전자 관보를 통해 정식 공포됐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2026.3.12 © 뉴스1 김진환 기자

법원의 확정판결을 헌법재판소가 다시 심사하는 '재판소원' 제도가 시행되면서 관련 사건이 잇따라 접수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가장 먼저 접수된 사건인 시리아 국적 외국인의 '강제퇴거명령 및 보호명령 취소 사건'을 비롯해 대부분 사전심사 단계에서 각하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헌재에 따르면 지난 12일 제도 시행 첫 날부터 이튿날인 지난 13일 오후 6시까지 접수된 재판소원 사건은 총 36건이다.

가장 먼저 접수된 사건은 시리아 국적 외국인 모하메드(가명)의 '강제퇴거명령 및 보호명령 취소 사건'이다. 인도적 체류자 지위를 부여받아 자동차 부품 사업을 운영하던 모하메드 씨는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복역하다 2024년 가석방됐다. 이후 출입국 당국은 모하메드 씨에게 보호명령과 강제퇴거 명령을 내렸고, 모하메드 씨 측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1, 2심은 모두 모하메드 씨의 청구를 기각했고, 대법원에서는 지난 1월 8일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2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이에 모하메드 씨 측은 "법원 재판이 생명권, 신체의 자유, 인간의 존엄·가치, 행복추구권, 혼인·가족생활의 보호,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했다"면서 재판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전문가들은 모하메드 씨의 청구에 대해 헌재가 각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개정된 헌법재판소법에선 재판소원에 대해 법원의 확정 재판이 △헌재 결정에 반하거나 △헌법·법률이 정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거나 △헌법·법률을 명백히 위반해 기본권 침해한 경우 재판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청구해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모하메드 씨의 청구는 이미 확정일로부터 30일을 넘겼기 때문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기본적인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상태에서 청구됐기 때문에 각하 결론이 나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2호 사건으로 접수된 납북귀환 어부 유족의 '형사보상 지연 국가배상 청구 기각 취소 사건'에 대해서는 다른 법률에 따른 구제 절차를 모두 거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있어 각하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2023년 1월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납북귀환 어부 고(故) 김달수 씨의 유족은 그해 4월 춘천지법 강릉지원에 형사보상을 청구했다. 형사보상 청구 시 법원은 6개월 내 보상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만, 1년 3개월 뒤인 2024년 7월에야 형사보상을 결정했다.

이에 유족들은 법정 기한을 초과한 약 9개월 상당의 지연이자 지급을 요구하는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1·2심은 '훈시규정에 불과하다'며 패소로 판결했고 유족 측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지난달 20일 확정됐다.

헌재에서는 헌법소원심판 청구 사건에 대해 사전심사 결과 △다른 법률에 따른 구제 철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절차를 모두 거치지 않았거나 △청구기간이 지난 후 청구됐거나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지 않거나 국선대리인의 선임결정을 받지 않은 경우 △그밖에 청구가 부적법하고 그 흠결을 보정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지정재판부 재판관 전원일치 결정으로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다른 변호사는 "청구 취지가 단순히 2심까지 패소 판결을 받은 것에 불복해 헌재의 판단을 받아보고자 한 것이라면 각하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대법원 확정판결 직후 재판소원 청구를 예고한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례에 대해서도 각하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지난 12일 11억 원 불법 대출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한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판소원 청구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헌법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에이치비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법원 판결에 대한 위헌성을 다투는 것보다는 사기 혐의에 대한 사실관계를 다투고자 하는 것으로 보여 사전심사에서 재판소원의 대상성이 없다고 보고 각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소원 자체가 사전 심사에서 각하되지 않더라도 재판의 효력을 정지시킬 정도로 위헌성이 강하거나 재판이 취소될 가능성이 없어 가처분 신청은 더 받아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헌법재판연구원 원장을 지낸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률 해석의 문제이지 헌법 해석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만약에라도 적용된 법률에 위헌이 있다면 재판 과정에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당연히 했어야 하고, 기각됐을 경우 헌법소원까지 할 수 있는데 그런 절차적인 부분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사건 외에도 재판취소 사건에 대해 헌재는 더욱 엄격하게 판단하기 때문에 인용률은 낮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교수는 "법원의 판단 절차에서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률이기 때문에 법원에서 적용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려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할 수도 있고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엔 헌법소원까지 할 수 있다"며 "재판소원 사건이 다수 제기되겠으나 실제 헌재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이미 재판소원 제도를 두고 있는 독일의 경우 재판소원의 인용률은 1%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12일(현지 시각) 발간한 2025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재판소에서 심리한 재판소원 4151건 중 인용된 사건은 49건(1.1%)이다.

sh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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