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가 친구들과 함께 연 기니피그의 생일파티(보호자 제공) © 뉴스1
"친구들을 초대해 연 기니피그의 생일 파티, 입장료는 채소 하나였어요."
2021년, 보호자는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기니피그 '아뉴'의 생일파티를 열었다. 여섯 명 남짓한 친구들이 각자 마트에서 채소를 하나씩 사 들고 모였다. 케이크 대신 건초 가루를 뭉쳐 만든 '건초 케이크'를 준비했고, 아뉴가 좋아하는 채소도 종류별로 한가득 차려졌다. 생일 노래도 빠지지 않았다.
작고 조용한 동물의 생일을 위해 사람들이 모여 축하 노래를 부르는 풍경. 보호자는 "아뉴가 즐거웠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에겐 오래 기억에 남는 날이었다"며 웃었다.
시민단체에서 활동가로 일하고 있는 그는 자신을 설명할 때 '진심, 사회, 재미'라는 세 단어를 자주 쓴다. "진심을 잃지 않으면서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도 하고, 그 과정에서 재미있는 순간을 많이 만드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한다.
그가 함께 살고 있는 반려동물은 두 마리의 기니피그다. 일곱 살 수컷 '아뉴'와 두 살 수컷 '삥삥'.
올해 7살이 된 기니피그 '아뉴'(보호자 제공)© 뉴스1
아뉴는 2019년 2월 27일 처음 가족이 됐다. 이름은 '파푸아뉴기니섬'에서 따왔다.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기니'라는 이름이 재미있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뉴는 무던하고 감정 기복이 거의 없는 성격이다. 활동량이 많지 않고 잠도 오래 잔다. 하지만 채소나 간식을 먹을 시간이 되면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다. 밥 시간만 되면 1분의 오차도 없이 밥그릇 앞에 와서 고개를 들고 서 있는 모습이 귀엽다.
보호자는 가끔 "7년이나 함께했는데 나를 알아보기는 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병원에서 진찰받을 때 아뉴는 망설임 없이 보호자에게 달려온다. 보호자는 "그럴 때면 아뉴가 나를 알고 있다는 걸 확실히 느낀다"고 말했다.
아뉴의 먹방(보호자 제공) © 뉴스1
두 번째 가족 '삥삥'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찾아왔다.
2024년 11월, 평소와 다르지 않던 귀갓길에 아파트 화단 위에 놓인 박스를 발견했다. 그 안에는 작은 기니피그 한 마리가 있었다.
너무 작았고 겨울이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보호자는 일단 집으로 데려와 임시 보호를 시작했다. 입양처를 찾으려 했지만 쉽게 나타나지 않았고, 그렇게 삥삥은 지금까지 함께 사는 가족이 됐다.
지난 2024년 11월 아파트 화단에 버려져 있던 '삥삥'(보호자 제공) © 뉴스1
보호자는 길에 버려져 있던 기니피그 삥삥이를 집으로 데려와 가족으로 맞았다(보호자 제공). © 뉴스1
삥삥의 성격은 아뉴와 완전히 다르다. 사람을 졸졸 따라다니며 삑삑 소리를 내고, 앞발로 밥그릇을 탕탕 치며 의사를 표현한다. 쓰다듬어주면 기분 좋은 '구르륵' 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는 "믿기 어려우실 수도 있지만 부르면 오기도 한다"며 "하지 말라는 뉘앙스도 어느 정도 알아듣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기니피그에게 개인기라고 부를 만한 행동은 흔치 않지만 삥삥은 손가락으로 특정 방향을 가리키면 그쪽으로 움직인다. 반대로 아뉴는 보호자가 손을 내밀면 그 위에 턱을 얹고 엎드려 있는 자세를 좋아한다. 평소에도 수건을 베개처럼 만들어 베고 잘 만큼 아뉴는 '베개 애호가'다.
베개 애호가 아뉴(보호자 제공) © 뉴스1
기니피그와 함께 살기 전까지 보호자 역시 이 동물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할머니가 혼자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족과 함께 지낼 동물을 고민하다 기니피그를 데려왔다. 산책이 필요한 강아지보다 함께 생활하기에 부담이 적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함께 살아보니 어떤 동물이든 돌봄의 무게가 가볍지는 않았다.
그는 "기니피그는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똥을 많이 싼다"라며 "함께 살고 싶다면 그 부분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기니피그와 함께하는 시간은 특별하다.
할머니 품에 안겨 산책 나온 아뉴(보호자 제공) © 뉴스1
아뉴를 매우 아끼며 돌보시는 할머니(보호자 제공) © 뉴스1
바스락거리는 비닐 소리에 번쩍 뜨이는 눈, 채소가 담길 밥그릇을 기다리는 눈빛, 갉작갉작 멈추지 않는 이갈이 소리, 사각서걱 채소를 씹는 작은 입술.
손가락 한 마디보다 작은 앞발과 온기를 느낄 때면, 그 작은 생명에게 자연스럽게 애정을 쏟게 된다.
기니피그는 여전히 낯선 동물이다. 보호자는 종종 "햄스터보다는 크고, 토끼랑 비슷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함께 살아보면 알게 된다. 작은 몸을 가진 동물이라고 해서 그 생명의 무게까지 작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쓰다듬어주는 것을 좋아하는 삥삥이(보호자 제공) © 뉴스1
그는 오늘도 두 기니피그에게 같은 바람을 전한다. 사람들에게는 아직 낯선 동물, 때로는 관심의 바깥에 있는 생명. 하지만 그 작은 존재 덕분에 그는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도 달라졌다고 말한다.
그는 "아뉴와 삥삥이와 같은 소외된 동물들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됐고, 그 고민이 지금 내가 하는 일과 삶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아무래도 좋으니까, 그 반듯한 이빨이 더 이상 자라지 않을 때까지… 오래오래 곁에 있어 줘"
보호자와 할머니가 반려 기니피그 아뉴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보호자 제공). © 뉴스1
badook2@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