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보완수사권' 뇌관 되나...법조계 "수사 전문성 붕괴 우려"

사회

이데일리,

2026년 3월 15일, 오후 01:05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검찰개혁법안의 ‘보완수사권’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부는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구현했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반면 법조계는 보완수사권 없이는 수사 전문성 공백과 책임 전가가 불가피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30문 30답의 핵심은 공소청법안이 단순한 ‘간판갈이’가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는 검사의 직무에서 ‘범죄수사’와 ‘수사개시’를 명시적으로 삭제함으로써 공소청은 더 이상 수사를 개시할 수 없게 됐다고 강조한다. 법률에 의해 직접 수사권 행사 자체가 불가능해진 만큼 수사권 우회 복원은 제도적으로 원천 차단됐다는 것이다.

검사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통해 우회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정부는 선을 그었다. 공소청은 법무부,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소속으로 지휘·감독 관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인사와 조직도 독립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공소청이 중수청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수사기관(중수청)과 기소기관(공소청) 사이의 통보·의견제시 조항도 기속력 없는 임의 절차로 지휘권이 아닌 협력 장치라고 밝혔다.

하지만 보완수사권에 대해선 기존 소극적 입장을 유지했다. 정부는 이 문제가 형사소송법 개정 단계에서 검토하기로 당정 간 사전합의가 된 사안이라며 현재 공개 토론회 등을 통해 전문가·관계기관·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보완수사를 안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지만,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있다”며 안전장치를 전제한 제한적 허용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보완수사권 문제가 단순한 기관 간 권한 다툼이 아니라 형사절차의 책임 구조 설계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수사권 제한이 오히려 수사 품질 저하와 미제 사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9월 대한변호사협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수사권과 기소권의 조직적 분리를 반대하는 변호사가 전체 응답자 2383명 중 1382명으로 과반인 58%에 달했다.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요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응답은 2101명으로 전체의 88.1%였다.

이창온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소제기 여부의 최종결정권자인 검사에게 수사권한을 제한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결정의 지연, 회피, 전가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보완수사요구의 중복과 양적 증가를 초래하며 장기적으로는 미제 사건의 양적 증가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질적 수사 의무를 부담하는 경찰의 책임이 은폐되는 효과를 초래해 전반적인 수사 품질을 부실하게 만드는 동기를 제공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2022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시행 이후 검경 간 사건을 서로 미루는 ‘핑퐁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유리안 법무법인 소울 대표변호사는 “경찰 수사관의 업무 능력 편차가 크다는 점은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라며 “통계상 사건 처리기간이 일정 부분 개선된 측면이 있지만 여전히 경찰의 수사 역량과 사건지연에 대한 법조계의 우려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완수사권 폐지가 오히려 검사의 책임을 덜어주는 역설적 결과를 낳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을 하자고 주장하는 자들은 검사의 권력을 줄이자고 한다”며 “오히려 보완수사요구로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를 대체하게 되면 검사로서는 그 이행의 책임을 1차 수사기관으로 전가하고 수사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도 일정 부분 해방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책임은 지지 않고 권한만 행사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며 “만약 1차 수사기관의 독립성 훼손을 고려해 보완수사요구에 별다른 구속력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검사는 수사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다”고 꼬집었다.

보완수사권을 대체할 수 있는 통제 장치로 정부가 내세운 수사심의위원회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재입법 예고한 중수청법 제정안 제46조는 외부 민간위원이 참여하는 수사심의위원회에 기속력을 부여해 통제의 객관성을 강화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 변호사는 “수사심의위원회 위원을 전원 (지방)중대범죄수사청장이 위촉하고 위원장도 직접 지명하도록 돼 있어 내부 거수기 역할에 그칠 수 있다”며 “수사심의위원회가 수사관에 대한 직무배제 또는 징계 요구권을 가질 수 있도록 근거 규정을 마련하고 요구를 받은 청장이 조치 결과를 수사심의위에 정기 보고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결국 보완수사권 문제는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의 최대 뇌관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정부는 오는 10월 정부조직법 시행에 맞춰 형소법 개정도 동시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남은 기간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당정과 법조계 간 갈등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예외 없는 원칙은 없다며 제한적 허용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지만 여당 일부에서는 보완수사권의 예외 없는 폐지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 당정 내부 균열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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