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주민이 행복한 생활행정, 지속가능한 관광의 미래다

사회

이데일리,

2026년 3월 15일, 오후 06:24

김영국 교수 / 강원대 관광경영학과
오늘날 도시의 경쟁력은 인위적인 관광지 조성에서 나오지 않는다. 진정한 도시의 매력은 일상의 품질에 있다. 주민이 걷기 편한 거리, 이용하기 쉬운 대중교통, 안전하고 쾌적한 공공공간 같은 생활 인프라는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토대인 동시에, 외부 방문객에게 오고 싶은 도시라는 경험을 선사하는 관광 자원이 된다. 이제 생활행정 속에서 관광 편익을 함께 설계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본질적으로 도시 정책의 목적이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있다면 그 성과는 자연스럽게 도시의 매력으로 확장된다. 별도의 시설을 짓는 전시성 행정보다 도시의 일상적 환경을 세밀하게 가꾸는 생활행정이 더욱 자연스럽고 지속가능한 관광 생태계를 구축하기 때문이다.

서울 ‘성수동’의 변화는 이를 증명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성수동은 애초에 관광지로 기획된 곳이 아니었다. 공장과 수제화 작업장이 밀집한 산업 지대였으나 도시재생과 보행환경 개선 같은 생활 밀착형 정책이 축적되면서 주민의 정주 여건이 개선됐다. 주민이 머물기 좋은 공간이 늘면서 개성 있는 창작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국내외 관광객의 발길을 끄는 독보적인 지역 브랜딩으로 이어졌다. 대규모 개발 사업이 아닌 일상을 돌보는 행정의 힘이 지역의 체질을 바꾼 것이다.

‘청계천’ 복원 역시 도심 생태 회복과 시민 휴식권 확보라는 행정적 목표가 관광 자산으로 발전한 사례다. 해외로 눈을 돌려도 마찬가지다.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은 폐철도를 시민용 공중 공원으로 재생하며 명소가 됐다. 프랑스 파리의 ‘마레 지구’와 영국 런던의 ‘쇼디치’ 또한 지역의 역사성과 생활환경을 보존하는 정책이 관광 경쟁력을 높이는 동력이 됐다.

이러한 사례들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관광은 단순히 일시적인 이벤트나 물리적인 시설로 구축되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가 얼마나 정교하게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보행환경의 쾌적함은 주민에겐 복지지만, 관광객에겐 도시의 접근성과 탐험의 즐거움을 높이는 기반이 된다. 결국 행복한 주민의 일상이 외부인에게도 매력적인 장소가 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제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설계도 이러한 관점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관광 활성화를 위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하드웨어에 의존하기보다, 생활행정의 밀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관광 편익을 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보행로를 정비할 때 주민의 이동권은 물론 방문객의 보행 경험을 함께 살피고, 공공시설을 건립할 때 시민의 휴식과 외부인의 도시 체험이 공존할 수 있도록 설계의 디테일을 높여야 한다.

물론 경계해야 할 지점도 있다. 방문객 급증에 따른 ‘젠트리피케이션’이나 ‘과잉 관광’의 문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원칙은 확고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모든 정책의 중심은 언제나 주민이어야 한다. 주민의 삶의 질이 훼손되는 관광은 결코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도시의 매력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주민이 누리는 편안한 일상에서 시작한다. 관광을 별도의 산업 정책으로만 구분 짓지 말고 생활행정의 테두리 안에서 도시의 기초 체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그것이 예산의 효율성을 확보하고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는 가장 현실적이고도 강력한 도시 관광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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