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멈추지 않는 맑은 콧물, 감기 아닌 노인성 비염을 의심해야

사회

이데일리,

2026년 3월 16일, 오전 06:27

[이흥만 서울의료원 이비인후과 과장] “감기도 아닌데 콧물이 몇 달째 멈추지 않아요?”

이비인후과 진료실에서 노인 분들이 자주 하는 질문입니다. 열도 없고 몸살 기운도 없는데 맑은 콧물이 하루 종일 흐릅니다. 감기약을 복용해도 일시적일 뿐이며, 알레르기 약도 큰 효과가 없습니다. 외출할 때마다 휴지를 여러 장 챙겨야 하고, 대중교통이나 모임 자리에서 계속 코를 훔쳐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사람 만나는 일이 부담스러워졌다는 분들도 많습니다. 많은 분들이 체질이나 나이 탓으로 여기고 참고 지내지만, 이런 증상의 상당수는 노인성 비염이라는 질환에 해당합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21년 16.6%에서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면서 노인성 질환의 양상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그 중 비교적 가볍게 여겨지던 만성 콧물 역시 실제로는 65세 이상 인구의 약 20~30%가 경험할 만큼 흔하고 수면 중 후비루로 인한 반복적 기침이나 인후 불편감을 유발해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적극적 관리가 필요한 건강 문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 나이가 들면 코도 변합니다

우리 몸이 나이가 들면 피부가 건조해지듯 코점막도 변화합니다. 노화는 코점막의 구조와 기능에 많은 변화를 일으킵니다.

첫째, 코점막 위축과 혈류 감소입니다. 나이가 들면 점막 혈관이 위축되고 혈류량이 감소합니다. 분비선 기능도 저하되어 점막의 보습 능력이 떨어집니다. 흥미롭게도 점막이 건조해지면 외부 자극에는 오히려 과민해집니다.

둘째, 자율신경계의 불균형입니다. 콧물 분비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에 의해 조절됩니다. 노화가 진행되면 점액 분비를 촉진하는 부교감신경 반응이 상대적으로 과도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찬 공기, 온도 변화, 매운 음식, 강한 향기 같은 비특이적 자극이 들어오면 과잉 반응이 일어나 맑은 콧물이 갑자기 증가합니다. 식사 중 콧물이 흐르는 미각성 콧물 역시 이러한 신경 반응과 관련이 있습니다.

셋째, 섬모 기능 저하입니다. 코점막 표면의 섬모는 점액과 이물질을 뒤로 밀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노년기에는 섬모의 운동 속도와 밀도가 감소하여 분비물이 고였다가 한꺼번에 코 앞으로 흐르거나 목 뒤로 넘어가는 후비루 증상을 유발합니다. 이로 인해 만성 기침이나 목 이물감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 알레르기비염과 무엇이 다를까요?

많은 환자들이 모든 콧물을 알레르기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노인성 비염은 알레르기비염과 분명히 다릅니다. 알레르기 비염은 재채기, 코 가려움, 코막힘, 후각 장애 등이 동반되며 특정 항원(집먼지 진드기, 꽃가루 등)의 노출과 연관됩니다. 알레르기 검사(피부단자검사, 혈청 특이 IgE 검사)에서 양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노인성 비염은 코 가려움이나 연속된 재채기, 코막힘은 거의 없고, 맑은 콧물이 주 증상입니다. 알레르기 검사에서 음성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찬 공기나 냄새 같은 비특이적 자극에 의해 악화됩니다. 다만 실제 임상에서는 두 질환이 함께 존재하는 혼합형 비염도 적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중요합니다. 혼합형의 경우에는 코막힘은 알레르기 치료로, 맑은 콧물은 비강내 항콜린 분무제로 각각 접근하는 맞춤 치료가 필요합니다.

◇ 한쪽 콧물은 경고 신호, 이런 증상은 꼭 병원에 가세요

한쪽 코에서만 맑은 콧물이 지속적으로 나오거나, 외상 이후 고개를 숙일 때 물처럼 콧물이 갑자기 쏟아지는 경우에는 뇌척수액 콧물을 의심해야 하며, 콧물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통증·체중 감소가 동반된다면 종양 등 다른 질환을 감별해야 합니다. 장기간 비강 내 코점막수축 분무제를 남용한 경우에는 약물성 비염 가능성이 높으므로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 치료의 핵심은 완치보다 맟춤형 조절입니다

노인성 비염의 치료 목표는 완치가 아니라 증상 조절입니다.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꾸준히 관리하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증상이 심한 날과 비교적 괜찮은 날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자신의 유발 요인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1. 기본 관리법 = 실내 습도를 40~60%로 유지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난방을 많이 하는 겨울철에는 특히 점막이 건조해지기 쉽습니다. 생리식염수 코세척은 점막에 수분을 공급하고 자극 물질을 제거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입니다.

하루 1~2회 꾸준히 시행하면 코점막 안정에 도움이 됩니다. 마스크 착용은 찬 공기 자극을 줄여 자율신경 과반응을 완화하며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를 줄이고, 담배 연기나 강한 향수, 방향제와 같은 자극 물질을 피하면 코점막 자극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2. 약물 치료 = 이프라트로피움 성분의 비강내 항콜린 분무제는 지속적인 콧물 감소에 가장 효과적인 약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점액 분비를 촉진하는 신경 수용체를 차단하여 콧물 양과 빈도를 유의하게 감소시킵니다. 특히 식사 시 콧물이 흐르는 미각성 콧물 환자에게도 효과적입니다. 규칙적으로 사용하면 일상생활에서 휴지를 찾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을 체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구 항히스타민제는 알레르기 동반 시 도움이 되지만, 제 1세대 항히스타민제는 고령자에서는 졸림, 입 마름, 배뇨 곤란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전립선비대증이나 녹내장이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 후 사용해야 합니다.

3. 수술 치료 = 약물로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는 코점막의 과민 신경을 표적으로 하는 냉동치료나 고주파 치료가 시행됩니다. 이 시술은 콧물 분비에 관여하는 신경을 선택적으로 차단하여 콧물 증상을 개선합니다. 최근에는 외래에서 시행 가능한 방법도 도입되고 있어 접근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다만 모든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는 아니며, 증상 정도와 전신 건강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합니다.

◇ 적극적인 관리가 삶의 질을 바꿉니다

노인성 비염은 단순히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겪는 불편함이 아니라, 정확한 진단과 체계적인 치료 전략을 통해 충분히 조절할 수 있는 만성 질환입니다. 반복되는 맑은 콧물로 외출과 대인관계, 수면에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면 이를 방치하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하여 개인의 증상 유형과 유발 요인에 맞는 맞춤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건강한 노년기를 지키는 현명한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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