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라 법무부 국제법무부 국제투자분쟁과장이 16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쉰들러 ISDS 승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법무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3.16 © 뉴스1
법무부는 스위스의 글로벌 승강기 업체 쉰들러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3250억 원 규모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승소한 것과 관련해 "쉰들러가 취소소송을 제기할 만한 사유가 있을까"라며 한국 정부의 '압도적 완승'을 재확인했다.
다만 법무부는 최근 대규모 국제분쟁이 잇따르고 있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재중재 절차, 쿠팡 미국 투자자들의 ISDS 제기 가능성 등 후속 쟁송의 불씨도 여전한 만큼 국가 ISDS 대응 체계를 법제화할 것을 당부했다.
"쉰들러 취소소송? 사유 있을까"…100% 압승 빛났다
법무부 국제투자분쟁과는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가진 ISDS 승소 관련 상세 브리핑에서 쉰들러 측이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정에 불복해 취소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을 묻는 말에 "가능성 자체는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현재로선 쉰들러가 취소소송을 제기할 만한 사유가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PCA는 14일(현지시각) 오전 2시3분 쉰들러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낸 모든 청구를 기각했다. 이 판정으로 쉰들러가 주장한 3250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됐고, 정부는 소송비용으로 쓴 국세 96억 원여를 고스란히 돌려받게 됐다.
우리 정부가 역대 ISDS 사건 중 중재절차 본안 심리에서 '전부 승소'를 거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나아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관련 중재판정 취소 사건(지난해 11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제기한 ISDS 중재판정 소송(올해 2월)에 이어 '3연승' 기록을 세웠다.
앞서 현대엘리베이터(HE) 2대 주주였던 쉰들러는 2013~2016년 HE의 유상증자와 콜옵션 양도 등 과정에서 한국 규제당국이 충실한 조사·감독을 하지 않아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며 2018년 7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S를 제기했다.
쉰들러는 당시 금융감독원 등 규제당국이 조사 등 필요한 조치를 다 하지 않아 한-유럽자유무역연합(EFTA) 투자협정을 위반했으며, 특히 한국 정부가 현대그룹 경영권을 비호하기 위해 외국 투자자인 자신들을 차별 대우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의 조치가 국내 법령을 준수해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쉰들러 측이 제기한 '대기업 편들기' 및 '외국인 투자자 차별'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일방적 추측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결과는 한국 정부의 '완승'이었다. 중재판정부는 한국 정부가 투자협정상 어떠한 국제법적 의무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우리 당국의 조처가 자의적이거나 차별적이라고 볼 근거가 없고, 현대그룹을 부당하게 비호했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고 봤다.
조아라 법무부 국제법무부 국제투자분쟁과장이 16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쉰들러 ISDS 승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법무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3.16 © 뉴스1
앨리엇·쿠팡 '후폭풍'은 남았다…法 제정해 대응체계 고도화
정부가 국제분쟁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둔 배경에는 2012년 론스타 사태부터 10년 넘게 쌓은 분쟁 노하우와 범부처 공동 협력이 빛을 발했다는 것이 법무부의 설명이다.
이번 분쟁에서 국가의 책임을 판단하는 △공정·공평대우(FET) 의무 위반 여부 △충분한 보호 및 안전(FPS) 의무 위반 여부 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정부는 쉰들러의 주장에 일일이 반박 법리를 제시했고, 궁극적으로 이번 사안은 쉰들러와 현대엘리베이터 간 '사적 경영권 분쟁'에 불과하다는 결론으로 판을 뒤집었다.
조아라 국제투자분쟁과장은 "론스타를 시작으로 10여년간 ISDS 사건을 겪어왔다"면서 "(국제분쟁) 훈련에 대응해 관계부처에서 전문적인 도움을 줬고, 법무부 국제투자분쟁과를 중심으로 어떻게 해야 (중재판정부를) 잘 설득할 수 있는지를 전 부처가 협력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한편 법무부는 행정부 훈령(訓令)으로 규정된 'ISDS 대응 체계'를 법 제도로 격상해 더 전문적이고 고도화된 국가 대응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아라 과장은 "ISDS를 하다 보면 재판이나 수사를 문제 삼는 경우도 있고 (분쟁 범위가) 정말 다양하다"며 "지금은 (ISDS 대응 관련 제도가) 훈령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실과 협업해서 법령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하는 기반으로서의 법안이 조만간 발의될 것 같다"며 "(ISDS 대응 역량을) 대한민국 전체 정부 차원으로 끌어 올려서 대응하고, 국가별·조약별로 연구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도 법률을 통해 구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실제 ISDS를 비롯한 국제 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다야니 가문이 정부가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배상금 약 730억 원과 관련해 2차 ISDS를 제기했고, 결과는 이르면 올 상반기 나올 전망이다. 최근 정부가 승소한 엘리엇 사건도 재중재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며, 쿠팡의 미국 투자자들도 최근 개인정보 유출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중재 의향서를 제출했다.
dongchoi89@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