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의 한 캡슐호텔에서 전날 화재사고가 발생, 경찰과 소방당국 등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고로 외국인 8명을 포함해 총 10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2026.3.15 © 뉴스1 황기선 기자
지난 14일 서울 중구 소공동의 캡슐호텔에서 화재가 발생해 3명이 병원으로 이송되고 7명의 경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1차 경찰소방 합동감식에서 해당 건물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1973년 소방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규정이 처음 생긴 뒤 스프링클러 설치 적용 범위는 꾸준히 확대해 왔지만 해당 건물은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에 해당하지 않았다.소급 적용되지 않은 노후 건축물의 화재가 반복되면서 보다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화재가 발생한 소공동 건물은 현행법상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하는 조건을 가지고 있다.
불이 난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7층으로 이뤄져 있으며 이 중 3·6·7층은 게스트하우스로 분류되는 숙박시설로, 7층을 제외한 2개 층은 캡슐형 호텔 형태다. 해당 건물은 층마다 용도가 다르나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3층은 일반숙박시설, 중태에 빠진 부상자가 발생한 7층은 관광숙박시설(호스텔)로 등록돼 있다.
현행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6층 이상 모든 건물의 모든 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게 했다.
또 숙박시설은 바닥면적의 합계가 600㎡ 이상인 경우에는 모든 층에 일반 스프링클러 설비를, 바닥면적의 합계가 300㎡ 이상 600㎡ 미만인 시설은 간이 스프링클러 설비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1995년 사용 승인된 이번 화재 건물에는 바뀐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소방시설법) 제13조에 따라 화재안전기준이 변경돼 그 기준이 강화되는 경우 기존 건축물은 변경 전의 기준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프링클러가 없는 건축물에서 화재가 반복되는 경우 피해가 커지는 이유다. 지난 2024년 부천호텔 화재로 7명이 사망한 이후 기존 건물에도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소방시설법 개정안이 나오기도 했으나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23일 오전 19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부천시 중동의 한 호텔 화재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현장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 2024.8.23 © 뉴스1 오대일 기자
문제는 법적 부재뿐 아니라 스프링클러 설치를 위한 소급 적용이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배관, 펌프, 모터, 물탱크 등 설비가 필요한데 이러한 설비들은 건물을 리모델링하지 않고서는 사실상 노후 건축물에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간이 스프링클러 역시 수원이 물탱크가 아닌 수도라는 점을 제외하면 배관 등 설비가 필요하다는 점은 일반 스프링클러와 동일하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스프링클러는 건축물의 구조상 사실상 설치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들이 많다"며 "비용의 문제로만 해석할 것이 아니라 건물에 스프링클러 설치 자체가 어려운 일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노후 건축물의 현실을 반영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교수는 "사실 스프링클러 같은 소화 설비를 대신할 만한 건 없다"며 "불은 못 꺼주더라도 화재가 났을 때 빨리 대피하게 한다거나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들도 하나의 대안"이라고 짚었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사각지대의 경우 단독 경보형 감지기와 같은 경보 설비를 보강해 설치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며 "단독 경비형 감지기는 기존 감지기와 달리 배선을 설치할 필요 없이 건전지로 붙여놓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단독 경보형 감지기란 연기나 열을 감지해 내장된 배터리와 경보음으로 화재 사실을 알려주는 일체형 소방시설이다. 감지기는 1차 충전 방식의 리튬전지를 사용해 약 10년 가까운 수명을 가졌다.
이를 위한 경제적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 교수는 "숙박시설은 다수의 사람이 있기 때문에 공공성이 있다"며 "장기적으론 정부, 지자체, 소유자의 컨소시엄을 형성해 지원해 가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초동 대처를 위한 인력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교수는 "화재를 빨리 감지해 알려주는 경보 설비, 또 관리자 등 사람이 빨리 대피할 수 있게끔 조력하는 초동 대처를 강화해 위험을 저감시키는 것이 그나마 가능한 방법"이라며 "아주 소규모 숙박업인 경우에는 사실 시설적으로 하결하려면 영업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관리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kit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