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병마와 사투를 벌이던 환자와 부천세종병원(병원장 이명묵)의 인연이 세간의 시선을 끌고 있다. 특히 수십 년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여러 사람의 도움 속에서 마침내 건강 회복이라는 기적을 보인 일화는 여타 환자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선사하고 있다.
오래도록 병마와 사투를 벌이다 부천세종병원에서 치료받고 건강을 되찾은 백공주 씨(사진 오른쪽에서 2번째)가 보호자(3번째)와 함께 병원을 찾아 주치의 김수진 과장(소아청소년과4번째)집도의 이태현 과장(외과1번째) 등 의료진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부천세종병원 제공
이 중 좌심실과 우심실 사이 벽(중격)에 구멍(결손)이 있는 심실중격결손(VSD)은 제때 수술 등 치료만 하면 일반인처럼 평생 건강히 살 수 있는 질환이다.
그러나 백 씨는 결국 치료받지 못했다. 여기저기 병원을 수소문해도 수술할 수 없다는 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그러다 지난 2002년 전국적으로 무료진료를 펼치던 부천세종병원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내원 당시 백 씨는 신생아기 뇌경색으로 인한 편마비와 청색증, 중증의 폐동맥 고혈압이 동반된 ‘아이젠멩거 증후군’이 의심됐다.
아이젠멩거 증후군은 심실 혹은 심방중격결손을 제때 치료하지 않아 심각한 합병증이 생긴 상태를 말한다. 폐동맥 고혈압 등 합병증을 오랜 기간 방치하면 결국 폐혈관이 망가져 산소가 포함된 혈류를 온몸으로 잘 보내지 못하게 되는데, 시기를 놓치게 되면 안타깝게도 수술로도 치료할 수 없다. 무려 12년간 이 상태가 방치된 상황.
부천세종병원 의료진은 입원한 백 씨에게 먼저 심도자 검사를 시행, 폐동맥 압력과 폐혈관 저항을 정밀 평가했다. 평가 결과, 비가역적인 폐동맥 고혈압이 동반된 아이젠멩거 증후군으로 최종 진단됐다. 예상대로 수술적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럼에도 부천세종병원 의료진은 포기하지 않았다. 의료진 회의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생존 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약물 치료를 즉시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도입 초기 단계였던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도 적극 적용하는가 하면, 지속적인 경과 관찰과 맞춤형 치료를 병행해 백 씨의 건강을 지키는 데 매진했다.
백 씨는 이 같은 의료진의 헌신에 마침내 건강을 되찾고 일상생활로 복귀했다.
◇ 다시 찾아온 ‘시련’, 그리고 또 한 번의 ‘기적’
그렇게 15년이 지난 뒤 백공주 씨는 또다시 시련을 맞았다. 모 대학병원에서 안타깝게도 두 눈 모두에 시력을 잃을 정도의 심한 백내장을 진단받았다. 이후 수술을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안구를 고정하기 위한 전신마취 후 수술도 불가능하다 판단해 결국 수술을 포기했다.
그렇게 버티던 중 몇 년 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방암까지 진단됐다. 백 씨는 또 한 번의 기적을 기대해야만 했다. 자연스레 기적의 공간인 ‘부천세종병원’이 머릿속을 스쳤다. 백 씨는 부천세종병원에서 유방암은 물론, 백내장 수술까지 함께 받기를 강력히 희망했다.
자초지종을 파악한 부천세종병원은 망설임 없이 주치의 김수진 과장(소아청소년과)을 필두로 전체 소아심장과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관건은 전신마취 여부. 유방암 수술은 전신마취가 필요한데, 아이젠멩거 증후군 환자는 전신마취가 금기이기 때문이다.
유방암 수술을 집도할 이태현 과장(외과)과 마취과 의료진도 컨퍼런스에 합류해 수술 여부와 수술 과정 전후를 수차례 논의했고, 마침내 수술 결정이 내려졌다.
◇ 이제 마지막 남은 단계는 백내장 동시 수술 여부.
안과 진료를 볼 수 있게끔 부천세종병원이 신속히 행정절차를 밟던 무렵, 소식을 들은 천사가 나타났다. 국제실명구호기구(NGO) 비전케어 김동해 이사장이 몸소 부천세종병원을 방문해 무료로 백내장 수술을 집도하기로 한 것이다.
수술 일정을 잡은 백 씨는 부천세종병원 의료진 권고에 따라 입원 전부터 수술 후 인공호흡기 이탈 과정과 수술 후 폐렴 등 합병증을 줄이기 위한 호흡 훈련에 돌입했다.
그리고 수술 1주일 전 미리 입원해 일찌감치 강력한 폐동맥 고혈압 주사 약제(레모듈린) 요법을 시작했다. 전신마취시 경구약 처방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올 수 있는 위험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마침내 시행한 유방암·백내장 동시 수술은 성공했고, 백 씨는 건강히 회복해 최근 퇴원했다.
백공주 씨는 “어릴 적부터 오래도록 나를 돌봐주는 부천세종병원 김수진 과장님께 너무 감사한 마음에 내 이름을 수진으로 개명하고 싶을 정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천세종병원에서 두 번이나 새 삶을 찾았다. 여기는 기적의 공간이 틀림없다”며 “많은 분께서 매번 큰 도움을 주셨는데, 내가 포기하지 않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백 씨와 보호자는 이후 부천세종병원을 찾아 보험금 200만원을 세종병원 의료나눔 후원금(사랑yes)으로 쾌척하며, 한 번 더 큰 울림을 선사했다.
주치의 부천세종병원 김수진 과장(소아청소년과)은 “오래도록 환자 본인은 물론 보호자께서 어렵게 견디며 지냈는데, 또 한 번 불행이 겹쳐서 매우 안타까웠다”면서 “희망을 잃지 않고 마침내 회복한 환자는 이미 나에게 큰 선물인데, 나아가 따뜻한 마음을 나누기까지 하는 환자의 모습에 더 큰 감동을 받았다. 앞으로 건강하길 기원하며, 그동안 애쓰신 많은 의료진께 다시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