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월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와 지방투자 확대를 위한 기업간담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2026.2.4 © 뉴스1 이재명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피해를 봤다며 삼성물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을 상대로 낸 5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합병 과정에서의 위법 행위 유무 등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재판부는 빠른 진행을 위해 손해배상 책임의 발생, 상당인과관계, 손해배상 책임 범위 등을 정리해달라고 양측에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판사 정용신)는 19일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이 회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2024년 9월 사건 접수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이날 변론기일에서 재판부는 양측이 지금까지 제출한 준비서면 등을 통해 파악한 쟁점을 설명하고, 국민연금과 각 피고는 자신들의 주장을 간략하게 밝혔다.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부당 합병이라는 점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점에 정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측 대리인은 "삼성그룹의 핵심이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위법행위로 인해 구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에 막대한 손해가 발생한 것을 야기한 사람들에게 제기한 사건"이라며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 승계 작업을 통해 합병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해 합병 타당성을 면밀하게 검토해 공정하게 결정하고, 주주총회에서도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함에도 이 회장의 지배력 확대를 위한 작업인 점을 충분히 알면서도 불리한 비율을 적용하는 등 자본시장법 등 각종 위법을 범했다"며 "공동으로 국민연금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손해액 산정을 위한 감정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갈 것을 감안해 손해배상 책임의 유무를 먼저 따져보고 손해액을 심리해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이 회장 측 대리인은 "합병 과정에서 위법 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없고, 합병으로 인해 삼성물산 주주들이 손해를 입은 것도 없다"며 "관련 형사, 민사 사건에서 이미 확인됐고 직접 쟁점이 동일한 형사사건에서도 국민연금이 주장하고 있는 주장들을 모두 배척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수사만 해도 수년 동안 이뤄졌고, 재판 과정만 5년에 걸쳐 진행됐다"며 "그런 재판을 통해 국민연금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인정됐다는 점을 재판 과정에서도 참작해달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향후 변론기일에서 국민연금 측 주장처럼 위법한 합병이었는지, 삼성이 정부 로비를 통해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에 개입했는지 등을 서로 공방해달라고 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지난 2월 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1600억 원 상당을 지급하라는 국제투자분쟁(ISDS)에 불복해 낸 취소소송에서 승소한 판결문과 메이슨 ISDS 중재판정문 등도 제출해달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는 6월 4일 오후 3시 다음 변론기일을 열기로 했다.
이번 손해배상 소송은 소멸시효를 10개월 앞두고 제기됐다. 손해배상 소송의 소멸시효는 피해 발생 시기 기준 10년인데, 삼성물산의 합병이 이뤄진 주주총회를 기준으로 하면 2025년 7월이다.
2015년 5월 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1대 0.35 비율의 합병을 결의했다. 합병안은 같은 해 7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가결됐다.
또 합병 당시 삼성물산 지분 11.21%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정권 외압으로 합병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은 국민연금에 합병 찬성을 압박한 혐의로 각각 징역 2년 6개월이 확정됐다. 이 회장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삼성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을 도와달라며 뇌물을 건넨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이 확정됐다.
이에 더해 이 회장 등은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미래전략실 주도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계획·추진하고 회계 부정·부정거래 등을 저지른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이 회장 등은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전부 무죄가 확정됐다.
shha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