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수준은 지식과 비례…AI시대일수록 더 많이 읽어야”

사회

이데일리,

2026년 3월 21일, 오전 07:11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인공지능(AI) 시대가 될수록 더 많이 읽어야 한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는 20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일각에선 지식을 쌓는 교육은 끝났다고 얘기하지만 유 교수는 이런 주장을 부정한 셈이다.

유 교수는 “질문의 수준과 깊이는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과 교양 지식, 경험에 비례한다”고 강조했다. 생성형 AI가 보편화하면서 질문하는 능력이 주목받고 있지만, 이런 능력을 갖추려면 배경지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최근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소위 SKY대학에서 인공지능을 악용한 커닝 사례가 보도돼 논란이 됐다. 서울대에선 지난해 12월 자연과학대학 교양과목 ‘지구환경변화’ 기말시험에서 수강생 35명 중 절반가량이 AI를 이용, 부정행위를 하다가 적발됐다. 고려대에선 약 1000명이 듣는 교양과목(고령사회에 대한 다학제적 이해)의 온라인 중간고사에서 학생들이 강의자료를 AI에 학습시킨 뒤 해당 답변을 오픈채팅방에서 공유한 사실이 드러났다.

유 교수는 출제자인 교수들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AI도 쉽게 답할 수 있는 문제 자체를 출제하지 않도록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저는 문제를 내고 정답을 찾는 시험 자체를 없애고 학생들이 스스로 고민하면서 문제를 출제하는 방식으로 바꿨다”고 했다.

실제로 유 교수는 2021년부터 중간·기말고사에 ‘한 학기 강의를 듣고 배운 내용을 총정리해서 질문을 만들어 제출하라’는 문제를 출제하고 있다. 통상 교수가 문제를 내고 학생이 정답을 제시하는 방식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질문을 만들어보라는 식이다.

유 교수는 “문제 출제 능력은 학습의 깊이를 나타낸다”고 했다. 한 학기 동안 강의를 열심히 듣고 생각하고 이를 통해 배운 게 많은 학생이라면 충분히 좋은 질문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은 “AI에게 물어보면 바로 답을 찾을 수 있는 평범한 문제들을 제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러한 시험 출제 방식을 바꾸지 않고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 교수가 이런 출제 기조를 유지하는 이유는 “앞으로는 질문을 잘하는 인재,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는 인재가 우리 교육이 길러야 할 인재상”이란 생각에서다. 일종의 지식의 저장고인 AI에서 필요한 지식을 도출하는 수단이 질문이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미래의 경쟁력은 누가 더 많은 정보를 가졌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본질적이고 파괴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는가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AI가 간단히 답할 문제를 물어보는 소위 ‘자판기 모델’을 넘어서야 더 큰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답이든 학문이든 AI와 함께 더 깊이 파고 들면서 탐험하는 산파술 모델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AI가 더 깊은 원리나 가정을 깨닫게 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는 결국 AI를 사고의 파트너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AI를 사고의 파트너로 활용하려면 배경지식이 필요하다는 게 유 교수의 설명이다. 유 교수는 “질문의 수준과 깊이는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과 교양 지식, 경험에 비례하기 때문에 AI 시대일수록 더 많이 읽고 더 폭넓게 경험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AI가 주는 답을 해독할 능력이 생기지 않고 나아가 이를 비판적으로 해석, 나만의 킬러 콘텐츠로 재구성할 능력도 생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이어 “앞으로도 읽고 쓰고 말하는 인간의 기본 능력은 변함없이 중요할 것”이라며 “AI가 대신 요약해서 보고서를 작성해 주거나 시험문제의 정답을 찾고 대신 발표해 준다면 인간은 점차 생각하는 능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AI에 답을 구하더라도 이를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어야 종속화를 막을 수 있다는 의미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