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명 사상자 낸 대전공장 화재…대형참사로 커진 이유는

사회

이데일리,

2026년 3월 22일, 오후 07:23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지난 20일 발생한 대전 안전공업 화재로 74명이 숨지거나 다치는 등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 이번 화재로 14명이 죽고, 25명이 중상, 35명이 경상을 입었다. 인명 피해가 컸던 이유로는 공장 내부의 절삭유와 기름때 등으로 검은 연기가 확산하면서 시야를 막았을 뿐만 아니라 임의로 마련한 복층 구조, 폭발성 물질 적재 등으로 대피·구난 지연 등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화재가 발생한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 외관을 21일 오전 하늘에서 바라본 모습. (사진=연합뉴스 )
◇빠른 속도로 번진 화염…대피 골든타임 놓쳐

22일 소방당국, 대전시, 대전 대덕구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1시 17분께 발생한 안전공업의 화재는 1층에서 발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화재와 함께 발생한 검은 연기는 계단을 통해 2∼3층까지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가공 공정에 사용하는 절삭유 등이 건물 곳곳에 묻어 있어 확산이 빨랐던 것으로 소방당국은 분석했다. 화재가 발생한 시간에는 대부분 근로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어 갑자기 퍼진 화염에 대피가 늦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대원이 현장에 미처 도착하기 전부터 건물 밖으로 뛰어내리는 등 긴박하게 몸을 피한 이들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노동자들이 골절상을 입고 연기를 흡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순식간에 다수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소방당국은 신고 접수 9분 만에 대응 1단계를 발령했고, 14분 만에 대응 2단계를 내렸다. 이어 오후 1시 53분을 기해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했다. 헬기까지 투입돼 공장에 물을 뿌리는 총력 대응 결과 불은 이날 10여시간 만인 오후 11시 48분경 완전히 진압됐다.

하지만 미처 몸을 피하지 못한 14명은 연락 두절됐다. 소방당국은 불이 대부분 꺼진 이날 오후 10시 50분께부터 건물 내부에 4인 1조로 구조대원을 투입해 본격적인 수색에 나섰다.

안전진단 결과 진입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곳부터 실종자를 찾기 시작한 지 10여분 만인 오후 11시 3분께 2층 휴게실 입구에서 4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1시간여 뒤인 21일 0시 20분경께 2층 휴게실 복층 공간에서 사망자가 9명 나왔다. 헬스장으로 알려진 곳으로 직원들이 휴게시간에 낮잠 등을 청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이튿날 이어진 수색은 붕괴한 지점에서 중점적으로 이뤄졌다.

탐지견의 반응이 있는 지점을 중심으로 중장비를 동원해 잔해를 치워가며 실종자를 찾기 시작했다. 인명 탐지견을 투입한 결과 오후 12시 10분부터 오후 5시까지 남은 실종자 4명을 모두 발견했다. 화재가 발생한 지 약 28시간 만에 실종자 수색이 모두 끝나면서 사망자는 14명으로 늘어났다. 중상 25명, 경상 35명 등 부상자는 모두 60명으로 이 가운데 2명은 진압 과정에서 다친 소방관이다.

22일 대전시청에 마련된 대전 안전공업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한 유족이 아들 이름을 향해 손을 뻗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샌드위치 패널 위험성 또 다시 도마…폭발성 물질 적재로 인명피해 키워

화재가 발생한 안전공업 2개동은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조립식 건물로 불길이 빠르게 번질 위험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적절한 소방설비 설치는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다.

불길이 빠르게 확산한 배경에는 공장 내부 환경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는 절삭유와 기름때가 많이 쌓여 있었을 뿐만 아니라 집진설비와 배관에 남아 있던 슬러지가 불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됐다. 안전공업 노조측은 “산업안전보건회의를 비롯한 실무회의에서 사측에 환경시설과 집진 시설의 화재 위험성에 대해 개선을 요구했다”며 “유증기와 기름 찌꺼기 등이 축적되는 것을 우려해 집진시설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청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했다.

특히 공장 내부에 보관한 나트륨(101㎏)도 진압을 어렵게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나트륨은 물과 접촉하면 폭발 위험이 커 일반적인 방식의 소화가 제한되는 만큼 초동 대응과 진화 과정에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증축 과정에서의 구조 변경도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거론된다. 화재가 난 동관은 2010년 1층 건물로 처음 조성된 뒤 2011년과 2014년 증축을 거쳐 2층 공장, 3층 주차장, 옥상 주차장 형태로 사용돼 왔다.

특히 사망자가 집중적으로 발견된 복층형 헬스장은 슬로프와 맞닿은 공간으로 도면상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 구조였다. 박경하 대덕구 주택경관과장은 “이 공간은 도면상에 없는 부분”이라며 “창 부분에 별도로 계단을 만들어 올라가지 않았나 추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래 2층인 곳의 한 층을 두 층으로 쪼개 쓰다 보니 창문도 한편에만 있었다. 정면에는 창문이 없었다.

헬스장에서 발견된 9명은 훼손이 심해 신원 확인도 어려운 상태다. 소방당국은 지문 확인과 유전자(DNA) 검사를 통해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이들은 건물 구석에 위치한 헬스장 창가 쪽에 몰려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급격한 연소 확대로 발생한 연기와 열기를 피하려다 한 공간에 모여 변을 당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합동 감식도 시작됐다. 소방과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12명이 투입돼 21일 오전부터 1차 합동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구역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정부는 유가족 지원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대전시청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고 재난특별교부세 10억원을 긴급 투입하는 한편 사고 원인 조사에 유가족 참여를 보장하기로 했다.

대형 참사가 발생하자 대전지역 시민사회와 노동계는 정부와 대전시에 철저한 원인 규명과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22일 성명을 통해 “화재 수습 과정에서 사업장 도면과 대장에 없는 공간이 발견되는 등 샌드위치 패널 구조와 불법 증개축이 화재를 키운 원인으로 밝혀지기도 했다”며 사고 원인의 철저히 규명 및 사후조치의 즉각적인 이행을 요구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