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은 적고 노인은 많다?…생애주기 복지 분배 따져보니

사회

이데일리,

2026년 3월 24일, 오후 02:54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가운데 사회보장 재원을 둘러싼 세대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의 세대 간 분배는 급여 범위와 재원 구조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 중심으로 보면 노년층 편중이 두드러지지만, 교육·보육 등 서비스까지 포함할 경우 세대 간 분배는 균형에 가까웠다.

(사진=연합뉴스)
◇현금 기준 ‘노인 편향’…교육 포함시 아동과 격차 완화

24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이상은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와 정찬미 사회보장위원회 전문위원은 ‘한국 사회보장의 생애주기별 분포와 세대 간 형평성’ 논문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연구진은 사회보장 행정데이터를 활용해 개인 단위의 현금급여와 부담, 순급여 분포, 빈곤 감소 효과를 생애주기별로 측정했다.

분석 결과 현금급여 기준으로 보면 사회보장 급여는 아동기(0~18세)와 노년기(60~70세)에 집중되는 U자형 구조를 보였다. 현금급여는 0세 238만원, 90세 687만원으로 노년기 급여가 아동기보다 더 많았다.

다만 아동기 현금급여의 대부분이 일반재정을 통해 지급됐으며, 근로연령기에는 사회보험 기반 급여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실제 0세 아동은 일반재정 급여가 238만원이었지만, 근로연령기인 40세는 사회보험 46만원, 일반재정 26만원으로 나타났다. 노년기 초기엔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 급여 비중이 높지만, 후기 노년기로 갈수록 기초연금·생계급여 등 일반재정 의존도가 커졌다.

사회서비스 급여 역시 영유아기와 노년기에 집중됐다. 특히 노년기 서비스급여는 연령이 높을수록 증가해 90대 후반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의료·요양 수요 증가에 따른 결과로 노년기 복지지출이 현금뿐 아니라 서비스 중심으로도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취학 전 0~5세에는 보육료 지원으로 일반재정과 영유아 검진, 예방접종, 잦은 병원 이용 등에 따른 건강보험 급여로 상대적으로 높은 서비스급여를 받았다. 학령기 이후 근로연령층의 서비스 급여는 사회보험 중심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현금과 사회서비스를 합친 총 사회보장 급여를 보면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영유아기와 노년기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교육서비스까지 포함하면 양상이 달라졌다. 학령기 이후 아동기 급여 수준이 크게 올라 노년기와 비슷한 수준을 형성하면서 현금 기준에서 나타난 노인 편향성이 상당 부분 완화됐다.

연구진은 “사회보장 범위를 교육 영역의 포함 여부에 따라 생애주기별 사회보장 급여 대분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고 짚었다.

(자료= 한국 사회보장의 생애주기별 분포와 세대 간 형평성 논문)
◇“급여 범위 따라 재분배 평가 달라져”

사회보장 부담 구조는 정반대였다. 경제활동이 활발한 근로연령기에 집중되는 역U자형 분포를 보였다. 순급여는 아동기와 노년기에는 플러스(+), 근로연령기에는 마이너스(-)로 나타났다. 즉 아동과 노년은 순수혜, 근로연령층은 순부담이라는 전형적인 생애주기 재분배 구조가 확인된 셈이다. 연구진은 이는 사회보장제도가 세대 간 수직적 재분배뿐 아니라 개인의 생애 안에서도 자원 재분배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공적이전과 조세를 포함한 국가개입의 빈곤 완화 효과는 세대별로 차이를 보였다. 노년층 빈곤율은 국가 개입 이후 약 48% 감소한 반면, 아동기 빈곤율 감소 폭은 약 21% 수준에 그쳤다. 특히 이 과정에서 현금급여뿐 아니라 의료 ·요양·보육 등 서비스급여가 현금에 준하는 수준으로 빈곤 완화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교육 영역을 빈곤 측정에 포함할 경우 아동기의 빈곤 완화 효과는 크게 확대되며 노년기와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어떤 급여를 포함하느냐에 따라 노인 평향 평가 자체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한국 사회보장체계를 일방적인 노인 편향 구조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개인에게 직접 지급되는 현금과 일부 서비스만 놓고 보면 노년기 편중이 강하지만, 교육·보육 같은 간접 서비스까지 포괄하면 아동기에 대한 사회적 투자도 상당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노년기 빈곤율이 여전히 높고, 고령화로 의료·요양 서비스 지출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향후 재정 지속가능성과 세대 간 형평성 측면의 핵심 과제로 지목했다.

연구진은 “현금급여와 서비스급여 간 균형, 세대 간 자원의 공정한 배분을 고려한 정책 설계는 향후 사회보장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며 “변화하는 사회적 위험과 정책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일 부처 차원을 넘어서는 범정부적 평가, 조정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