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 뉴스1 김영운 기자
확정판결 이후 기존 사실관계에 관한 새로운 증거가 추가됐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사안을 다시 다툴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A 보험회사가 40대 여성 B 씨를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지난 2016년 7월 A 사 보험을 든 B 씨는 같은 해 9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총 2575회에 걸쳐 발가락·발바닥 티눈 제거 냉동응고술을 받고 이에 관한 질병 수술비를 청구해 7억7250만 원을 보험금으로 수령했다.
A 사는 B 씨가 '우연한 위험'만을 대비하기 위해 보험을 체결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보험금 1억2570만 원 반환과 보험계약 무효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2021년 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2심 과정에서 B 씨가 질병 수술비 480만 원을 요구하며 제기한 맞소송(반소)은 인용됐다.
B 씨는 1차 소송의 2심 변론종결일 이후 2023년 3월까지 약 2100회의 냉동응고술을 추가로 받고 6억5000만 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았다.
이에 A 사는 B 씨가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다수 보험계약을 체결했다며 2차 보험계약 무효·해지, 보험금 지급 채무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냈다. B 씨 역시 지급받지 못한 보험금 180만 원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했다.
1·2심은 이 사건 보험 계약이 무효라고 확인하고, A 사에 보험금 지급 채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B 씨 측의 반소 청구는 기각했다.
B 씨의 소득, 보험금 중복 청구, 액수 등을 고려할 때 보험사고를 가장하거나 실제보다 더 과장해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이 있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1차 소송의 기판력이 이 사건에도 미친다고 판단했다.
기판력은 확정된 판결 내용을 다시 다툴 수 없는 구속력을 갖는 효력을 말한다. 판결이 선고되고 확정되면 기판력이 발생하는데, 기판력이 생기면 변론 종결 전 주장했거나 주장할 수 있었던 사유는 다시 다툴 수 없다.
대법원은 확정판결의 변론 종결 뒤 새로 발생한 사유로 앞선 판결과 모순될 경우 기판력의 효력이 차단된다고 밝혔다. 다만 기존 사실관계에 대한 새로운 증거자료나 법적 평가 등은 이 같은 '새로운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1차 소송의 2심 변론 종결 이후 발생한 사실관계이긴 하지만 이는 보험계약 체결 당시 B 씨가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했는지 여부, 즉 기존 사실관계에 대한 새로운 증거자료에 해당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B 씨가 약 2100회 냉동응고술을 추가로 받고 보험금 6억5000만 원을 추가 수령했다는 사정이 보험계약 해지 사유에 해당하는지와 별개로 그 사정만으로 2016년 7월 보험계약 체결 당시 B 씨에게 보험금 부정 취득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국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보험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은 1차 소송의 기판력에 저촉돼 허용할 수 없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saem@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