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린 돈 못 받아 살인"…알고보니 본인이 28억 빚 못 갚자 계획살인

사회

뉴스1,

2026년 3월 25일, 오전 06:00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피해자가 제게 빌린 돈 27억5000만 원을 갚지 않겠다고 버텨 우발적으로 살해했습니다."

40대 남성 최 모 씨는 경찰에 이렇게 자백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본인이 28억5000만 원 상당을 피해자 A 씨로부터 빚을 진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 씨는 2017년 하반기부터 동향 사람인 A 씨와 예전 직장동료 등으로부터 월 3~4% 이자 지급을 조건으로 자금을 빌린 뒤 대환대출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같은 해 11월엔 A 씨 배우자를 대표로 내세워 대부업 법인을 설립했다.

하지만 피해자 등에게 지불하는 이자 대비 수익이 충분치 못해 2018년 2월부터는 계속 적자 상태에 허덕였다. 심지어 법인 자금 중 1억5000만 원을 본인의 다른 사건 형사 합의금으로 사용하는 바람에 적자 상태는 더욱 악화했다.

이자와 기타 비용 등을 감당할 수 없게 됐음에도 최 씨는 마치 대환사업이 잘 되는 것처럼 행세하며 소위 '돌려막기'로 법인을 운영했다. 기존·신규 채권자로부터 계속 자금을 빌린 것이다.

특히 A 씨로부터는 빌린 돈의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사업 초기엔 차용 원금은 5000만 원이었으나 2019년 5월쯤엔 3억 원까지 불어났다.

이후 피해자와의 협의를 통해 이자 지급 대신 해당 금액을 차용 원금에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거래를 지속, 2022년 9월에는 채무금이 무려 28억5000만 원까지 불었다. 하지만 이 무렵 가족·지인 등 기타 채권자에게 빌린 돈만 도합 30억 원가량에 달했기 때문에 돌려막기가 더 이상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극심한 압박감에 몰린 최 씨는 결국 A 씨를 살해해 사실상 채무를 면하기로 계획한다. 최 씨는 2022년 9월 "빌린 돈 6000만 원을 현금으로 주겠다"며 A 씨를 영등포구 모 아파트 지하 주차장으로 유인한 뒤 본인 승합차와 둔기 등을 이용해 A 씨를 살해했다.

당초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피해자를 살해한 후 빌딩 옥상에 올라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다"는 최 씨 자백을 듣고 그를 살인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하지만 해당 빌딩 옥상의 담장이 높고 사람도 붐벼 극단적 선택을 하기엔 부적절한 곳이라고 검찰은 판단, 보완 수사를 통해 최 씨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과정에서 최 씨가 A 씨와의 문자·통화녹음이 남아 있는 휴대전화 등 증거물을 모두 인멸한 사실도 파악했다. 또 최 씨는 다른 채권자들에겐 "나도 A 씨로부터 돈을 받지 못해 자금이 막혔다"며 책임을 돌렸다. 금전 거래를 대부분 현금으로 해 특별한 증빙자료가 없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2023년 2월 최 씨의 혐의를 강도살인으로 바꿔 기소했다. 형법상 살인죄의 최소 형량은 5년 이상 징역이지만, 강도살인인 경우 최소 무기징역이다.

법원은 "피고인은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채권자인 피해자를 계획적으로 살해하고, 이후 채무 관련 증거도 인멸하려 해 그 (범죄) 동기가 극히 불량하다"며 "범행 원인도 피해자가 채무 변제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피해자 탓으로 돌리는 듯한 태도를 보였기에 비난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 유족들에게 진정 어린 사과를 하지 않고 있고, 피해 복구를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며 "장기간 사회에서 격리하여야 할 필요성이 높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legomast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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