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영 부산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한국의 교육열은 국제사회에서 다각도로 이목을 끌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교육을 통해 가파른 경제성장을 이룬 대표적 사례일 뿐 아니라 OECD 국제학업성취도 평가(PISA)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대학 진학률 역시 17년째 1위를 기록하는 등 초고학력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대학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인해 학생들의 문제해결능력은 높지만 창의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아동기를 박탈하는 한국의 지나치게 경쟁적인 교육환경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발달 과정에 적합하지 않은 과도한 사교육을 감소시키라고 권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현실은 오히려 '4세 고시', '7세 고시' 등 어른들의 욕심과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아이들이 즐겁게 놀고 배우며 건강하게 성장할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 다행히 최근 이와 같은 행위가 법으로 금지됐지만, 교묘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이러한 악행이 지속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소위 '대치동 키즈'가 성인이 된 후 입시 경쟁과 과도한 사교육으로 겪었던 우울증을 고백하는 영상을 보며 교육자로서 참으로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이 많으면 집값이 하락한다는 참담한 뉴스, 낭만의 상징인 캠핑카가 대치동 학원가에서 아이들의 토막잠을 위한 서글픈 공간으로 전락했다는 소식, 그리고 일부 연예인들의 비현실적인 자녀 교육을 자극적으로 소개하는 프로그램 등은 분명 건강한 사회의 모습이 아니다. 영유아의 발달을 외면한 채 부모의 불안감을 이용하는 사교육 시장의 상술과 이를 규제하지 못하는 제도의 부재가 낳은 비극이다.
영유아기에는 신체, 사회·정서, 인지 발달이 서로 맞물려 균형 있게 이뤄지는 '전인 발달'을 목표로 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 개인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기초를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학업 성취와 직결된 인지 발달만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과도한 사교육으로 학습 중심 환경에 노출되어 인지 과부하를 겪으면 주의력 문제를 유발하거나 또래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다. 결국 심리상담센터를 찾게 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논리적 사고 능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전조작기 유아들에게는 추상적이고 형식적인 암기 중심 학습보다 놀이와 경험 중심의 학습이 적합하다는 것이 일관된 연구 결과다. 유아기에는 또래 및 부모, 교사 등 의미 있는 성인과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심리적으로 건강한 상태에서 적절한 자극이 주어질 때 비로소 이상적인 인지 발달이 이루어진다.
'7세 고시'라는 부끄러운 용어를 만든 조기 영어 교육 또한 마찬가지다. 발달 수준에 맞지 않는 방식의 강요된 공부는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줄 뿐만 아니라, 영어에 대한 거부감과 부모에 대한 원망으로 이어질 뿐이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교육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과도한 사교육이 영유아의 정신건강을 저해하지 않도록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미 많은 아이가 어른들의 잘못된 선택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제는 과도한 사교육을 경험한 영유아의 정신건강 상태를 면밀히 진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도 마련, 규제 강화, 부모 교육 등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개입이 이루어져야 한다.
2025년 발표된 유니세프 한국 어린이 행복지수가 최하위권이었다는 슬픈 결과를 우리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세상 어느 부모도 자녀가 불행해지길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방법을 몰라서, 혹은 경쟁에서 뒤처질까 두려워 소중한 자녀를 불행의 길로 이끄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정부도 아이들의 인권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이들이 불행의 늪으로 빠져들지 않도록 보호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배움은 본래 즐거운 일이다. 어른들의 욕심으로 잃어버린 '배움의 즐거움'을 이제는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게 다시 돌려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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