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누설하면 징역 3년" 법안 발의에 교사들 술렁

사회

이데일리,

2026년 3월 26일, 오후 05:56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학생과의 상담 내용 등을 외부에 누설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되자 학교 현장이 술렁이고 있다. 법안은 상담 과정에서 다뤄지는 민감한 개인정보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마련됐지만 교사들은 학생 상담·지원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학생과의 상담 내용을 누설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위험 때문에 동료 교사나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학생 마음건강증진 및 정서행동 지원에 관한 법률안' 중 처벌 조항에 관한 내용. (자료=국회 의안정보시스템)
26일 교육계에 따르면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학생 마음건강증진 및 정서행동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국가가 학생의 마음건강을 책임지고 관리하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법안은 교육부 장관이 학생 마음건강 증진·정서행동 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도록 한다. 법안에 따르면 교육감도 기본계획 이행을 위한 세부 시행계획을 매년 수립해야 한다.

법안은 학교 내 상담 기능을 강화하고 학생 상담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학생상담정보시스템도 구축·운영하도록 한다. 법안에는 학생 마음건강 증진과 관련된 교원 연수를 확대하고 학생 마음건강 증진에 성과를 낸 우수 학교·교원을 대상으로 근무평가 가산점을 부여하는 내용도 담겼다.

논란이 되는 건 법안에 포함된 처벌조항이다. 법안은 정서행동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의 지원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한 자에게 비밀유지 의무를 부여한다. 법안은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은 상담 중 다루게 되는 학생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하지만 교원단체들 사이에서는 처벌이 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학생을 돕기 위해 동료 교사나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구하고 싶어도 적극 나서기 어려워진다는 주장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학교 내 위기 학생을 돕기 위해 주변의 선배 교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어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부담 때문에 상담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교사가 일상적인 상황에서 다양한 형태의 심리적 문제를 겪고 있는 학생에 대해 상담전문가나 동료교사에게 자문도 구하지 말고 알아서 판단하고 해결하라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비슷한 우려를 표했다. 전교조는 “학교는 여러 교사가 협업하는 공간”이라며 “법안에 기재된 처벌 규정이 도입되면 상담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이 매우 큰 만큼 이 처벌 조항은 수정을 넘어 아예 삭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도 교사들의 상담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임 교육감은 지난 2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학생 상담 시 민감한 정보를 보호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악의적·고의적 과실이 아닌 경우에도 형사처벌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가 교실을 엎고 있다”며 “처벌 중심의 법은 교사를 ‘방어적 교육’으로 몰아넣고 그 피해는 아이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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