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2주째…가라앉지 않는 혼란[기자수첩]

사회

이데일리,

2026년 3월 27일, 오전 05:06

[세종=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저희 하청노조는 노란봉투법(개정 노조법)이 시행된 10일 0시에 바로 교섭 요구 공문을 보냈습니다.”

노란봉투법(개정 노조법)이 시행된 지 2주가 흘렀다. 법 시행일 자정이 ‘땡’ 되자마자 하청노조들은 원청 사업장에 교섭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고, 그 숫자는 지금까지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김형동·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교섭 요청을 받은 원청 사업장은 첫날 221곳을 시작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중이다. 법 시행 이후 2주 만에 12만 8379명에 달하는 753개 하청노조가 원청에 교섭을 요청했다.

그러나 정부의 기대와 달리 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답한 원청은 23일 기준 7.3%(23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원청 92.6%(290개)는 사실상 사용자성을 거부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부가 사용자성 판단 기준으로 내세운 ‘실질적 지배’, ‘구조적 통제’ 등 기준이 모호한 탓에 기업이 리스크를 떠안은 채 이를 섣불리 인정하고 교섭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태환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지난 24일 간담회에서 “현실은 정부와 지자체조차 사용자 지위 판단을 받겠다며 교섭을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혼란은 노동위원회가 사용자성을 판단하는 첫 사건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원청은 법적 효력이 생기기 전까지 교섭을 회피하려 할 것이고, 노조는 그 사이 교섭 요구 목소리를 더 높일 것이다. 노동계를 위해 만들어진 법이라지만 노동계에서조차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노란봉투법이 교섭 촉진이 아닌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는 현 상황을 하루빨리 풀어내려면 결국 정부가 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나가는 수밖에 없다. 지금도 원·하청 상생 간담회를 열고 단체교섭 판단지원위원회를 운영하며 노력하고 있다지만 현장 체감은 요원해 보인다.

새 노조법 시행 앞두고 간접고용 노동자 원청교섭 요구하는 서비스연맹.(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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