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갈무리
이지은 씨(28·여)는 최근 SNS를 타고 유행한 광주의 호박인절미, 창억떡을 먹기 위해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을 찾았다. 당일에 갓 만든 창억떡을 먹기 위해 '터미널 배송'을 시켰기 때문이다. 배송비가 1만원이나 나가긴 했지만 가족, 지인들과 공동구매 해 배송비를 아꼈다.
이 씨가 유행하는 먹거리를 먹기 위해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씨는 1월엔 두바이쫀득쿠키(두쫀쿠)를, 3월 초엔 버터떡을 먹기 위해 동네 카페에 '오픈런'하기도 했다. 이 씨는 "요즘 먹거리 유행이 빨리 변해서 따라가는 게 쉽지 않다"며 웃었다.
짧아지는 유행 주기 '15일'로 단축…"맛 아니라 SNS 노출이 유행 결정"
2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우리나라 먹거리 유행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말 유행했던 두쫀쿠부터 이후 유행한 봄동 비빔밥, 버터떡, 창억떡까지 다양한 먹거리들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입소문을 탔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두쫀쿠는 1월 10일 최다 검색량을, 봄동비빔밥은 3월 2일 최다 검색량을 기록했다. 버터떡은 3월 13일, 창억떡은 3월 19일 최다 검색량이 집계됐다.
약 15일가량의 주기로 먹거리 유행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두쫀쿠가 지난해 말부터 2월 초까지 인기를 끈 후, 봄동비빔밥이 2월 23일부터 두쫀쿠의 검색량을 앞섰다. 이후 보름 남짓 지난 시점인 3월 9일을 기점으로 버터떡의 검색량이 봄동비빔밥을 능가했고, 23일부턴 창억떡이 버터떡 검색량을 앞섰다.
최근 먹거리 유행은 SNS를 기반으로 빠르게 번지는 경향이 강하다. 소비자들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을 통해 유행 먹거리에 대한 맛 후기, 오픈런하는 모습, 어떻게 하면 유행 먹거리를 쉽게 구할 수 있는지를 릴스 등 짧은 영상 콘텐츠로 공유한다.
유행하는 버터떡을 집에서 직접 구워 먹은 황소연 씨(32·여)는 "지난해 상하이 여행을 갔다가 버터떡을 먹은 적이 있는데 올해 한국에서도 유행인 걸 보고 놀랐다"며 "시중에서 두쫀쿠와 버터떡을 합친 두바이버터떡도 팔던데, 다음엔 이것도 만들어 먹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먹거리 유행이 SNS를 통해 이뤄지면서 유행 주기가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SNS 상의 유행은 소비자로 하여금 무언가를 놓치고 싶지 않은 포모(FOMO) 심리를 자극하는데, 한 번 유행을 좇아 소비하고 나면 포모 심리가 금방 해소돼 더 이상 소비할 욕구가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SNS상 먹거리 유행은 맛이 아니라 노출이 소비를 결정하는 구조"라며 "유행을 소비하고 나선 '나는 이미 유행을 소비했으니 더 이상 유행을 따라갈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재 유행 양상은 SNS상의 동조 소비이자, 다수가 가는 쪽에 동조하는 밴드웨건 효과"라며 "예전에는 SNS로 챌린지나 플래시몹이 유행했는데 이건 직접적으로 피부에 와닿는 주제가 아니다. 하지만 먹거리는 쉽게 구매만 하면 되는 거니까 구매 욕구가 자극되면 바로 구매로 연결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 열풍이 계속되는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제과점에서 시민들이 두쫀쿠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2026.1.20 © 뉴스1 최지환 기자
커지는 소비자 피로감…"짧은 유행 반복될수록 소비자 심드렁"
유행에 편승해 매출을 올려야 하는 소상공인들에겐 짧은 유행 주기가 독이 되고 있다. 먹거리가 유행하기 시작하면 재료 가격도 기하급수적으로 오른다. 실제로 전문 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두쫀쿠 유행 당시 카다이프의 가격은 기존 1만8900원에서 3만 1800원으로 68.3% 올랐다.
소상공인들이 급등한 재료 가격을 감당하면서 제품을 개발해 팔아도 금방 유행이 바뀌니 매몰비용이 커진다.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한 네티즌이 "버터떡 유행 현실적으로 얼마나 가겠냐"며 "딱 1달 본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버터떡 유행 조짐이 보여서 재료가 곧 품절될 것 같아 찹쌀가루만 100㎏ 포함해 필요한 재료를 미리 전부 확보했다"고 적었다.
소비자들의 피로감도 커졌다. 최근 버터떡 오픈런을 한 김 모 씨(30·여)는 "유행한대서 먹어보려 줄 서서 구매하긴 했지만 최근 들어 억지 유행을 만드려는 바이럴(입소문)이 많은 것 같아서 기분이 찜찜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짧아진 유행 주기에 소비자들 피로감이 커지면서 유행 열기가 점점 더 사그라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유행 주기가 짧아진다는 게 유행 열기가 약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며 "특정 디저트 유행이 계속 반복되면서 피로도가 높아져 소비자들이 심드렁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의 피로감이 쌓이다 보니 일부는 새로운 유행을 또 좇아가겠지만, 일부는 더 이상 유행에 따라가지 않고 스테디셀러 메뉴로 회귀할 것"이라며 "유행 제품에 대해 사람들의 피로감이 커지면서 유행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sinjenny97@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