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지나 기소된 사건에 판사 '한숨'"…수사·기소 분리에 부실재판 우려

사회

뉴스1,

2026년 3월 27일, 오후 05:53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2026.3.24 © 뉴스1 황기선 기자

수사·기소 분리에 기반을 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설치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현직 법관들이 수사·기소의 엄격한 분리로 인한 수사 지연 문제로 '부실 재판'을 우려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홍진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7일 오후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과 서울변호사협회가 공동 개최한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 방안 대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은 일선 법관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홍 교수는 "형사재판을 맡은 법관들로부터 사건이 발생한 후에 한참이 지나서 기소된 사건에서 증인이 기억을 제대로 재생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며 "직접심리주의를 강조하더라도 그에 따라 재판을 할 수 없다는 얘길 듣는다"고 전했다.

이어 "기록이 부실하게 만들어진 상태에서 법관이 증거를 직권으로 조사해서 발견하고 싶어도 (오랜 시간이 흘러) 증거가 이미 사멸된 상태"라며 "사건의 진상을 발견하는 것이 불가해서 체념하게 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건 발생 이후 재판까지 이르는 과정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큰 고통을 겪게 된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피고인은 일상의 삶으로 복귀가 지연돼 유예된 삶을 살게 되고 피해자의 좌절감과 분노는 커진다"며 "이런 모습을 지켜보며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재판을 하게 된다는 좌절감을 판사도 안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부터라도 제도 변경에 따라서 우려되는 모든 문제에 대해선 허심탄회하게, 그리고 현실에 기반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2026.3.24 © 뉴스1 황기선 기자

토론회에서는 검찰개혁 중 향후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쟁점으로 남은 '보완수사권'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이날 발제를 맡은 최호진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인간이 갖는 인지적 한계를 언급하며 수사 단계에서 오류는 "피할 수 없는 상수(常數)"라고 짚으며 이를 잡아내기 위한 보완수사 필요성을 언급했다.

최 교수는 기본적으로는 보완수사가 필요한 경우 검사가 경찰에 요구하도록 하고, 이른바 '형사사법적 비상상황'에서는 직접 보완수사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 허용 요건으로는 △공소시효 임박 등으로 인한 시급성 △수사기관의 반복적 보완 불이행 및 지체 △폐쇄회로(CC)TV 보존 기간이 임박하는 등 증거의 비가역 휘발성 방지 등을 제시했다.

예외적 상황에서도 검찰의 권한 남용 방지를 위한 방안도 나왔다. 토론에 참여한 김규현 LKB평산 변호사는 "법원이나 시민이 참여하는 사건심의위원회의 사전 또는 사후 허가를 받도록 하고, 보완수사가 가능한 기간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이중의 안전장치를 두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했다.

검찰에 예외적이라도 보완수사를 허용하게 되면 "무한정 확장될 수 있다"는 반박도 나왔다. 송지헌 서울경찰청 수사부 경정은 "현행 검찰청법은 검사가 수사 개시 가능한 범죄를 '부패·경제범죄 등과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로 제한했다"며 "하지만 검찰은 대검 예규를 통해 이를 대폭 확대했다"고 지적했다.

대검찰청이 예규를 통해 '범인·범죄사실·증거 중 어느 하나 이상을 공통으로 하는 등 합리적 관련성이 있는 범죄'로 수사 개시가 가능한 범위를 확장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송 경정은 "제한적 보완수사라는 원칙적 선언이 실무에서 얼마나 관철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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