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쓰고 가겠다”…고열 출근 후 사망한 교사가 남긴 메시지

사회

이데일리,

2026년 3월 30일, 오후 05:41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독감으로 고열에 시달리면서도 출근을 이어가다 숨진 20대 유치원 교사가 생전 조퇴조차 자유롭게 하지 못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독감에도 출근을 이어가다 숨진 부천의 한 유치원 교사가 생전 지인과 나눈 메시지(사진=연합뉴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30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천의 한 사립유치원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고인이 지인들에게 보낸 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메시지에는 “너무 아파서 눈물 나. 집 가려고”,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 출근 중 가장 안 좋은 상태다”, “2시 지나서야 조퇴하기로 했다” 등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교조와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 1월 19일부터 발표회 리허설 준비를 위해 강도 높은 업무를 이어왔다. 퇴근 후에도 ‘주간 놀이 협의’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재택근무를 지속했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준비까지 맡으며 휴일에도 출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24일부터 고열을 동반한 독감 증세가 시작됐다. 고인은 27일 병원을 찾아 수액 치료를 받으며 원장에게 “독감 검사 결과 B형 독감으로 나왔다”며 “내일 마스크를 쓰고 출근하겠다”고 메시지를 보냈고 원장은 “네”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가 출근을 만류했지만 고인은 “나오지 말라고 하지 않는데 어떻게 출근을 안 하느냐”고 말하며 출근을 강행했다.

29일에는 38.3도의 고열 속에서도 근무를 이어갔고 30일에는 체온이 39.8도까지 오르자 낮 12시 30분쯤 조퇴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인수인계를 이유로 곧바로 퇴근하지 못하고 오후 2시가 가까워서야 조퇴한 뒤 병원을 찾았다.

같은 날 밤 고인은 목에서 피를 토한 뒤 응급실로 이송됐으나 의식을 잃었다. 이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 2월 14일 B형 독감에 따른 패혈성 쇼크로 숨졌다.

전교조는 고인이 입원 중이던 2월 10일 사직서가 허위로 작성됐으며 12일 면직 처리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고인이 초과근무와 휴일 근무를 했음에도 수당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영환 전교조 위원장은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았던 구조적 문제가 24살 초임 교사의 죽음으로 드러났다”며 “아픈 교사를 대체하지 못하는 시스템과 건강도 실력이라는 낡은 인식이 비극을 불렀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립유치원이 얼마나 그들만의 세상에 갇혀 사람을 우습게 여기는지 보여 주고 있다”라며 “노동이 존중받고 교사가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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