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
사건이 발생한 해는 2021년이었다. A씨의 아버지 B씨는 8개월여 전 심부뇌내출혈 및 지주막하출혈 증세로 입원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A씨는 치료비 등 문제로 2021년 4월 23일 B씨를 집에 데려왔다. 당시 B씨는 홀로 움직이지 못하고 일반적인 음식은 섭취할 수 없었기에 코에 호스를 삽입해 음식물을 위로 공급하는 경관 급식을 해야만 했다. 또 대소변을 가릴 수 없어 도뇨관을 넣어 소변을 제거하고 폐렴으로 인한 호흡곤란 증상을 관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B씨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생존할 수 없었지만 A씨는 퇴원 이튿날부터 아버지에게 처방 약을 주지 않고 치료식도 제때 공급하지 않았다. 하루 3개 섭취해야 하는 치료식은 7일간 10개만을 주다가 5월 1일부터 8일 동안은 음식물 등 공급을 일절 멈추고 아버지를 방치했다. 결국 A씨는 영양실조 상태에 이르렀고 폐렴 등 증상으로 인해 숨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살인 고의성을 부인했지만 검찰에서는 “퇴원 바로 다음 날부터 기약도 없이 2시간마다 한 번씩 아버지를 챙겨주고 돌보면서 살기는 어렵고 경제적으로도 힘드니 돌아가시도록 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심정이 오락가락해 아버지에게 치료식을 아예 안 주지는 않았다면서도 5월 1일부터는 마음을 굳게 먹고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지금 자신이 봐도 너무 후회스러우며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표현했다.
A씨는 자백 중 “5월 5일께 ‘이때쯤이면 돌아가셨을 것 같다’고 생각해 아버지 방에 들어갔는데 눈을 깜빡이고 있어서 다시 그대로 나왔다”며 “어버이날인 5월 8일 꿈에 아버지가 나오기도 해서 방에 들어갔고 코 밑에 손을 대어 보니 숨을 쉬지 않았다”고 했다. A씨는 방문을 열었을 때 아버지가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을 지켜보며 울었다며 사망 시점까지 방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입원비와 수술비 2000만원을 8개월간 홀로 감당하는 등 생활고에 시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월세와 가스비 등을 연체한 상태였으며 식사도 자신이 근무하던 편의점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들로 해결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존속살해 고의 부인…法 “죽을 때까지 의도적으로 방치”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존속살해 고의를 부인했지만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망을 의욕하고 적극적인 행위로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켰다고 보기는 어렵고 피해자를 사망하도록 놔두어야겠다고 결심한 이후로도 피해자가 배고픔이나 목마름을 호소하면 물과 영양식을 호스에 주입하는 등 포기와 연민의 심정이 공존하는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 4년을 선고했다.
A씨 사건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자 당시 정치권에서는 복지 정책 개선 등을 약속하기도 했다.
2021년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2심 선고 전인 11월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분들의 삶을 바꾸는 것이 가장 위대하고 시급한 개혁이다. 희망 잃은 청년을 구하기 위해 포퓰리즘이 필요하다면 포퓰리즘이라도 기꺼이 하겠다”며 “묵묵히 현실을 열심히 살았을 청년에게 주어지지 않은 자립의 기회, ‘자기든 아버지든 둘 중 한 명은 죽어야만 끝나는’ 간병의 문제에 대해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 대선 후보였던 심상정 전 의원은 “패륜이냐, 연민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이 비극 앞에서 국가는 도대체 어디에 있었는가의 문제다. 한 청년의 삶을 통째로 내던져도 감당하기 어려웠을 비극 앞에서 우리 공동체는 왜 그를 돕지 못했나 하는 문제”라며 “우리가 그에게 드리는 답이 ‘살인죄 실형’은 아니어야 한다. 국가와 동료 시민들이 그의 곁에 있다는 것을 온 마음으로 보여주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퇴원할 때 병원에서 받아 온 처방 약을 피해자에게 단 한 차례도 투여하지 않은 점을 비롯해 피고인 자백 진술을 더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퇴원시킨 다음 날부터 피해자를 죽게 할 마음을 먹고 죽을 때까지 의도적으로 방치했다는 점이 인정된다”며 A씨 측 항소를 기각했다.
이어 “피고인이 혼자서는 거동이 불가능한 피해자를 방치해 살해한 것으로 그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큰 점, 피해자가 퇴원해 자신이 직접 간병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되자마자 범행을 계획한 점 등은 불리한 정상”이라면서도 “피고인이 어린 나이로 아무런 경제적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건강 회복 가능성이 없는 피해자에 대한 간병 부담을 홀로 떠안게 되자 미숙한 판단으로 범행을 결심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초범인 점 등을 종합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불복한 A씨 측은 상고했지만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2022년 3월 31일 형이 확정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