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사태 여파로 석유화확 원료인 나프타 재고가 급감하면서 포장 용기 및 종량제 봉투 등 1회용품 포장재 품귀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자영업자들은 ‘부르는 게 값’이 되어버린 용기 가격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배달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주로 사용하는 105파이 규격의 밥 용기 2박스 가격이 불과 며칠 전 9만 6000원에서 13만원으로 뛰더니 하루 아침에 다시 14만 3000원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가격 인상을 넘어선 ‘공급 중단’ 가능성이다. 포장 용기 확보가 안 되면 배달 전문점은 사실상 영업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자영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물량 쟁탈전’에 뛰어들고 있다. 자영업자 B씨는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몰라 불경기임에도 한 달 치 물량을 미리 선결제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플라스틱 용기 전문 판매업체들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줄줄이 ‘가격 인상 및 품절’ 공지를 올리고 있다. 업체들은 “국제 정세 악화로 원부자재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일부 제품의 주문 수량 제한 및 발송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통업체 B사는 지난 17일을 기점으로 판매 단가를 10% 이상 인상했으며, 또 다른 C업체는 대량 발주 시 사전 협의 없이는 납기 일정조차 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급 불안의 근본 원인은 중동 전쟁과 그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있다. 플라스틱의 핵심 원료인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은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기반으로 한다. 국내에서 수입하는 나프타의 54%가 바로 이 해협을 통과하는데 이란이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포장용기 가격에까지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기름값 상승으로 인한 물류비 증가까지 겹치면서 배달 중심의 자영업 구조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채씨는 “일주일에 한 번 플라스틱 용기 500개를 주문하는데 국과 반찬을 포함해 기본 용기 5개가 한 세트로 나간다”며 “포장이 부실하면 내용물이 샐 수 있어 대체재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기름값 인상으로 배송비와 물류 단가까지 치솟으니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중동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나프타를 활용한 모든 산업군 제품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현장에서 버틸 수 있는 수급 한계치를 최대 2~3주 내외로 내다봤다. 그는 “정부가 국내 생산 나프타의 수출을 제한하고 내수용으로 우선 돌리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당장은 숨통이 트일 것”이라면서도 “결국 종전이 이뤄져야 근본적인 수급 불안을 해결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