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월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2.19 © 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대상이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로 도피시킨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첫 정식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31일 오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범인도피,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은 남색 정장에 흰색 와이셔츠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어떤 사건으로 구속되어 있는지를 묻는 재판부 질문에 윤 전 대통령은 "(구속) 영장이 여러 건 동시에 발부돼 어떤 건으로 구속돼 있는지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이 사건은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9월쯤부터 법무부·외교부·국가안보실·대통령실 인사들과 공모해 수사외압 의혹 피의자로 입건된 이 전 장관을 '도피시킬 목적'으로 주(駐)호주대사에 임명했다는 게 골자다.
윤 전 대통령 외에도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당시 국가안보실장), 장호진 전 국가안보실장, 이시원 전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심우정 전 검찰총장(당시 법무부 차관)이 범인도피 혐의로 순직해병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에 의해 재판에 함께 넘겨졌다.
박 전 장관과 심 전 차관에게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도 적용됐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과 공모해 공수처에서 수사하는 '순직해병 수사외압 의혹 사건' 피의자인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하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조 전 실장과 장 전 실장은 윤 전 대통령과 함께 이 전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혐의(국가공무원법 위반)가 적용됐다.
이날 윤 전 대통령 측은 "당시 군 통수권자로서 누구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다만 애도와 별개로 헌법상 보장된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를 사법적으로 단죄할 수 있는지 법리적인 한계를 묻는 재판"이라며 특검이 주장하는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출국금지 사실과 구체적인 수사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며 "인사 단계에서 확인되지 않는 보안 사항이고, 실무 책임자도 모르던 것을 윤 전 대통령이 알 것이라는 추측에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출국금지 해제는 법무부가 관련 규정에 따라 심의위원회를 개최해 독립적으로 한다"며 "개입하거나 위법한 지시를 내린 사실이 없고, 인사 검증 과정에도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논란의 중심이 되면서 그 본질이 형사책임 문제로 확대, 재생산된 측면이 있다"며 "형사법의 대원칙에 따라 수용되기 어렵고, 헌법적 가치와 무죄 추정 가치에 따라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덧붙였다.
윤 전 대통령도 직접 발언 기회를 얻어 "국방장관이 호주대사로 갈 경우 호위함 수주에 이점이 많겠다고 해서 추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은 "출국금지를 걸어 놓고 연속해서 연장하면서 소환하지 않고 연장하는 건 검찰 같으면 징계 사안"이라며 "특검의 이런 소추가 여러 측면에서 이게 정상적인 소추냐 하는 점에 대해서 한 말씀 드린다"면서 공수처 소환 조사 등에 관한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해 조 전 원장 등 다른 피고인들도 자신의 혐의를 각각 부인했다. 이들은 모두 범인을 도피시킬 목적이 없었고, 정상적인 직무수행을 했을 뿐 하급자에게 부당한 영향을 행사한 것이 아니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재판부는 특검이 요청한 재판 중계 결정을 유지하기로 했다.
shha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