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재판 불복은 안 된다"…재판소원 기준 재확인한 헌재

사회

뉴스1,

2026년 3월 31일, 오후 06:22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의 모습. 2026.3.25 © 뉴스1 이호윤 기자

헌법재판소가 31일 재판소원 사전심사에서 48건을 모두 각하하면서 재판 결과에 대한 단순 불복은 헌법소원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기준을 재확인했다.

두 차례 재판소원 사전심사를 거치며 단순 '재판 불복'과 '헌법적 기본권 침해'를 구분하는 기준을 점차 구체화하는 양상이다.

헌재는 이날 지정재판부 재판관 평의를 거쳐 재판소원 48건에 대해 모두 각하 결정을 내렸다. 지난 24일 첫 사전심사 결과까지 합하면 총 접수 사건 256건 가운데 74건이 각하됐다.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사건은 아직 없다.

각하 사유별로 보면 청구 사유 미비가 34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청구 기간 도과 11건, 기타 부적법 7건, 보충성 위반 1건 순이었다. 앞서 지난 24일 나온 첫 사전심사 결과에서도 청구 사유 미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청구 사유 미비는 단순한 재판 결과에 대한 불복에 그치거나 기본권 침해가 명백하게 소명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한다.

헌법재판소법에서는 △법원 재판이 헌재 결정에 반하는 취지로 재판함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법원 재판이 헌법·법률에서 정한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음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법원 재판이 헌법·법률을 위반해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명백한 경우로 재판소원 청구 사유를 한정하고 있다.

첫 사전심사 뒤 공개된 26건의 결정문을 보면 청구인들은 재산권, 재판청구권, 평등권, 행복추구권, 공정한 재판 받을 권리 등 각종 기본권 침해를 주장했다.

형사 재판에 관한 재판소원의 경우에는 죄형법정주의, 무죄 추정의 원칙 위반, 영장주의 위반 등 형사절차에서의 헌법상 기본권과 원칙 위반을 주장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날 각하된 사건들 역시 사실오인·증거능력 판단·법리 오해·판단 유탈 등을 이유로 판결의 위법성을 주장하거나 심리불속행 기각, 위법수집증거, 절차적 방어권 침해 등을 문제 삼으며 재판 결과와 심리 과정의 당부를 다투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헌재는 이러한 주장들이 재판소원 요건을 충족할 정도로 구체적으로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당 재판이 헌법에 위반돼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점이 명확하게 드러나야 한다는 기준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법원의 사실인정이나 증거 평가, 법률 적용 등을 다투는 주장은 대부분 '단순한 재판 불복'에 해당한다고 보고, 재판소원 심판 청구 사유로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법조계에서는 재판소원 제도가 시행 초기 단계에 있는 만큼 사전심사를 통해 '재판 불복'과 '헌법 문제'의 경계를 설정해 나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까지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사건이 없는 만큼 향후 이 같은 문턱을 넘는 사건이 등장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후에는 실제 인용으로 이어질지 여부에 따라 제도의 실질적 기능까지도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saem@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