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산업현장은 서비스업 비중 확대, 자동화·로봇화, 기술 발전에 따른 위험저감, 위험업무 자체의 감소 등 중대재해가 줄어들 요인이 적지 않다. 특히 사망사고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건설업에서 착공면적과 현장 수가 최근 4년간 30% 이상 줄어든 것은 중대재해를 큰 폭으로 감소시킬 만한 요인이다. 중대재해를 둘러싼 객관적 상황이 이런데도 중대재해가 되레 늘었다는 건 예방 시스템이 고장 났다는 방증이다.
나쁜 결과는 눈에 보이는 정량적 통계만이 아니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정성적 부분은 더 심각하다. 현장에서 헌신, 주인의식, 실질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공포, 냉소, 형식이 채우고 있다. 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처가 곪아서 화농이 됐는데도 아프다고 살을 째지 않으면 패혈증으로 이어져 손 쓰기가 어려워지듯 메스를 가하는 타이밍을 놓치면 자못 심각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 대증적 요법이 아닌 근본적 치료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실패는 실패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것’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방향성과 관점이 잘못되면 예산과 인력이 확대될수록 문제가 심각해지기 마련이므로 실패에서 배우는 자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중대재해가 늘고 있는 것이 잘못된 방향성과 관점에 기인하는 것은 아닌지 겸허히 되돌아 볼 때다. 겸손은 지혜의 시작이다.
둘째, 노동안전관계법을 규범력을 갖추도록 정비해야 한다. 내용의 모호성과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을 포함한 법 간의 충돌로 누구도 판단·이행하기 어려운 규정의 대대적 손질 없이는 기업에 부담만 줄 뿐 노동자 안전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희망 고문일 뿐이다.
셋째, 거친 과잉규제 방식을 탈피해야 한다. 노동안전에 한 획을 그은 영국 로벤스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재해 중 법 위반에 기인한 것은 6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법 기준만으론 예방에 많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업의 구체적 실정에 맞는 자율규제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게 이 보고서의 포인트다. 예방의 실효성을 위해선 규제 시스템을 올바로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안전원리와 법리를 도외시한 과잉수사에서 벗어나야 한다. 과잉수사로 기업이 처벌의 빌미가 될 것을 우려해 사고원인에 대한 보고와 공유를 기피하는 부작용이 심각하다. 사고로부터 학습할 기회가 차단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파악한 위험원에 대해 사고 당시 안전조치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법 위반이라고 몰아붙이는 무리한 수사 관행 때문에 기업에선 시간이 많이 드는 근본적 개선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모름지기 정치와 행정은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 출발점은 잘못에 대해 인정하는 것이다. 잘못을 인정해야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전 안전공업 참사를 계기로 정부가 노동안전정책에 대해 결과로서 엄정하게 평가받겠다는 책임윤리로 무장하길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