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현재 기자]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박모(49)씨의 아들은 지난해 남자고교로 진학했다. 박씨는 “학생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많은 컨설턴트들이 남학생들은 남고 진학을 권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고교학점제 시행으로 내신에서 수행평가 비중이 늘어나면서 수행평가에서 상대적으로 여학생들이 강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박씨는 “주변에서도 남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남고 진학을 희망하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전했다.
고교 진학을 앞둔 남학생들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남녀공학은 이제 일종의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 도파민 중독 등에 취약한 남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다는 기류가 확산하면서다. 이 때문에 남고 진학을 선호할 뿐만 아니라 도파민 요소를 차단하는 남학생 전용 독서실 등이 각광받는 모양새다.
서울 광진구 광남고등학교에서 전국연합학력평가일에 수험생들이 시험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지난해 기준 대학 정원의 약 80%가 수시 모집인 상황이 방증하듯 내신 성적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도파민 자극에 취약한 남학생들이 여학생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어렵다고 판단해 남고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이다.
13년차 고교 교사인 김모(41)씨는 “지난해 남녀공학 고교에서 근무했었는데 내신 성적 상위권 10명 중 8명이 여학생이었다”며 “일부 최상위권 남학생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학교에서 여학생들의 성적이 월등히 좋다. 남학생들 사이에서 남고 선호현상이 두드러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고교학점제 도입 이전에도 최상위권을 제외하면 여학생들의 내신 성적이 남학생들보다 높았다”며 “고교학점제 도입 이후 수행 평가 등 정성 요소들의 비중이 높아지며 남학생들이 더 밀리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한 남학생 전용 독서실에서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사진= 김현재 기자)
지난 25일 늦은 오후 이데일리가 찾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거리의 한 독서실엔 10여명의 남학생들이 고개를 푹 숙인 채 각자 공부에 몰두하고 있었다. 열람실 내부는 학생들의 숨소리와 책장 넘기는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언뜻 보기엔 다른 관리형 독서실과 다를 바가 없지만 이곳은 남학생 전용이다. 또 입실 직후부터 휴대전화를 제출해 도파민을 자극할 수 있는 요소를 차단하는 게 이곳의 특징이다.
독서실 원장 한모(51)씨는 “이성 접촉뿐만 아니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모바일 게임 등 남학생들이 쉽게 중독될 수 있는 요소를 제거해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자평한다.
이곳에서 만난 박재현(18)군은 “남학생들만 있으니 외모나 옷차림에 신경 쓸 필요도 없어 편하다”면서 “다른 독서실도 다녀 봤는데 남학생 전용인 이곳이 공부에 집중하기 좋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