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초 만난 근로자추정제…"존폐 위기" 소상공인 반발에 제동

사회

이데일리,

2026년 4월 01일, 오후 02:10

3월 31일 열린 권리 밖 노동 보호를 위한 패키지 입법 간담회에서 소상공인연합회 회원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소상공인연합회)
[이데일리 김정민 경제전문기자]5월 1일 노동절 이전 국회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속도를 내던 근로자추정제와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 패키지 입법이 암초를 만났다.

소상공인들이 근로자추정제 도입시 존폐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데다, 입법 과정에서 반대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지적까지 제기되면서 법안 처리에 제동이 걸리는 분위기다.

◇ 근로자추정제+일하는 사람 기본법 패키지 입법은?

근로자 추정제는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해당 노무 제공자를 근로자로 간주하고,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은 사용자 측이 입증하도록 하는 제도다.

현행 법 체계에서는 노동자가 스스로 근로자임을 입증해야 하지만, 개정안은 입증 책임을 사용자에게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플랫폼 노동자나 프리랜서 등도 근로자로 인정될 경우 최저임금, 근로시간, 퇴직금, 사회보험 등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일하는 사람 권리 기본법’은 고용 형태나 계약 방식과 관계없이 모든 노무 제공자를 ‘일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이들의 권리를 법적으로 명시하는 기본 법률이다.

법안은 공정한 계약 체결과 보수 지급, 부당한 계약 해지 제한, 사회보험 보장, 안전과 건강 보호 등 기본적인 권리를 규정하고,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와 사업자의 책임을 함께 명시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두 법안을 패키지로 추진하고 있다. 기본법이 보호 대상의 범위를 ‘근로자’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확장하는 틀을 마련하고, 근로자 추정제는 실제 분쟁에서 근로자성을 보다 쉽게 인정받도록 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결과적으로 노동법 적용 범위를 넓혀 기존 제도에서 보호받지 못하던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을 강화하는 것이 입법의 핵심 취지다.

노동계에서는 플랫폼 노동자와 프리랜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을 포함한 이른바 ‘권리 밖 노동자’ 규모가 최대 10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소상공인 “근로자추정제 도입시 존폐위기 내몰려”

소상공인들은 근로자추정제 도입 시 적지 않은 소상공인들이 존폐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프리랜서 형태로 3.3% 계약을 맺었더라도 근로자성이 인정될 경우 퇴직금과 연장·야간수당, 연차수당은 물론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 등 4대보험까지 소급 적용되면서 사업주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어서다. 특히 3년까지 소급해 적용가능한 만큼 비용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입증 책임이 사용자에게 전가될 경우 근로자성 인정 요구가 빗발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평소엔 아무 말 없이 일을 하다가 그만 둘 때 갑자기 퇴직금, 수당 지급을 요구해 골머리를 앓는 경우가 지금도 적지 않다”며 “근로자라고 주장만 하면 입증 책임은 사업주가 떠맡게 될 경우 묻지마식 신고가 넘쳐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측은 근로자추정제가 이대로 시행되면 영세 사업자의 인건비 부담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관계자는 “3.3%로 계약할 때 퇴직금까지 반영해 금전을 지급받고도, 재차 퇴직금을 요구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며 “4대보험까지 추가로 부과하면 많은 소상공인들이 견뎌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리운전, 학원, 택배 등 인건비 비중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법 시행 시 폐업이 속출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건비 상승과 법적 리스크 확대가 맞물리면 신규 채용 축소나 무인화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일자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업종별 회원단체 88곳이 가입해 있는 소상공인연합회 총 회원수는 120만명에 달한다. 중소기업벤처부에 따르면 전체 소상공인 사업체는 2024년 기준 613만 400개소이며 종사자는 961만명이다.

◇ 노동부, 수혜대상·노동계 전문가 위주로 의견 수렴

입법 과정에서 반대 의견 수렴이 충분했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법안 마련 과정에서 총 6차례 간담회와 7차례 토론회를 개최했다고 밝혔지만, 입법 전 현장 의견 수렴은 플랫폼 노동자와 관련 종사자 중심으로 이뤄져 반대 의견 수렴은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1월 입법 설명자료에서 공개한 현장 의견수렴 내용을 보면 타운홀미팅(총 18회), 직종별 토론회(7회), 현장 전문가 간담회(3회)는 대부분 플랫폼 노동자, IT 기업 종사자, 미디어 분야 종사자 등 제도 수혜 대상이나 노동계 인사가 중심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지난해 11월 25일 서울 마포구 중소기업 DMC타워 컨벤션홀에서 열린 마지막 타운홀 미팅 참석자들은 플랫폼 종사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프리랜서, 정규·비정규직 등 이른바 ‘권리 밖 노동자’ 150여명이다.

전문가 구성 역시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 김영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센터장 등 플랫폼 노동자 보호 확대와 기본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해 온 인사들이다.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지난달 31일 고용노동부와 패키지입법안을 내놓은 김주영·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함께 연 ‘권리 밖 노동 보호를 위한 패키지 입법 간담회’가 소상공인들이 참여한 사실상 첫 공식행사였다며 실태조사와 현장 의견 수렴을 추가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상공인연협회 관계자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도 초청받지 못해 항의 방문 형태로 찾아가 의견을 전달했다”며 “가장 큰 이해관계자인 소상공인들의 의견은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국회는 소상공인의 의견을 추가로 수렴해 보완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나, 당초 노동절인 5월 1일까지 입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어서 일정이 촉박한 상황이다.

31일 간담회에서 김태선 의원은 “입장이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올해 상반기 내 통과가 필요하다고 보지만, 오늘 이야기를 들으면서 당장 통과시키기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든다”며 “너무 늦지 않게 지원책과 함께 보완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3월 31일 열린 권리 밖 노동 보호를 위한 패키지 입법 간담회에서 소상공인연합회 회원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