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원화·판화 전문 미술관인 그라블린미술관과 함께 기획된 이번 전시는 5월 23일까지 인당뮤지엄 전관에서 한국 판화의 역사와 현재를 아우르는 작가 12명의 작품 130여점이 소개한다.
또 김우조·김서울·주정이·이윤엽·류연복의 작품은 6월 28일부터 11월 8일까지 프랑스 그라블린미술관에서 열리는 ‘K Prints, Korean Woodblocks’ 전시로 이어진다. 두 전시는 하나의 흐름 속에서 기획된 연계 프로젝트로, 각 미술관의 공간적 특성에 맞춰 전시 구성과 형식이 조정될 예정이다.
전시는 한국 판화가 품어온 삶의 풍경과 시대의 이야기를 네 개의 장면으로 풀어낸다. ‘일상’, ‘역사’, ‘서정’, ‘도시’라는 네 개의 섹션을 통해 한국 판화의 흐름과 동시대적 감각을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일상, 나무와 칼’은 김성수, 이윤엽, 주정이의 작업을 중심으로 판화의 가장 근원적인 재료인 나무와 칼에서 출발하는 창작의 세계를 보여준다. 이어 ‘역사, 흐르는 강물처럼’에서는 이성자, 김우조, 류연복, 김억의 작품을 통해 한국 사회의 역사적 흐름과 시대의 기억을 판화의 언어로 되새긴다.
김억, 도산구곡, 2005, 목판, 70x550cm.(사진=대구보건대)
김우조, 죽도시장, 1971, 목판, 45x60cm.(사진=대구보건대)
이언정, CITY QQ, 2019, 2합 장지 위에 목판화, 지판화, 모노타입판화, 60x180cm (Sheet size 72x200cm), 3editions.(사진=대구보건대)
이번 전시에서는 판화 110여 점과 목조각 10점, 목판 및 유물 자료 10점 등 총 130여 점의 작품이 소개된다. 판을 새기고 찍어내는 전통적인 목판화의 방식에서부터 조각과 설치, 실험적 판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업을 통해 한국 판화의 폭넓은 가능성과 표현 세계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대구 판화’의 흐름을 해외에 소개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대구 출신 작가 김우조(1923~2010)의 1970년대 흑백 목판화는 시대적 현실을 담아낸 대표작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번 전시를 통해 프랑스에서도 조명될 예정이다. 또한 대구의 젊은 판화 흐름을 대표하는 김서울(1983~)의 작품도 함께 소개되며 지역 판화의 현재를 보여준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며 국제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대구 출신 재불 작가 정현(1968~)의 작품도 전시된다. 정현은 에디션이 없는 유일판 목판 작업과 카보런덤 기법을 활용한 알루미늄판 판화를 통해 판화 매체의 새로운 변주를 시도한다.
김성수(1958~)는 ‘희랍인 조르바’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 ‘꽃과 새가 하는 말을 들을 수 있다면’을 선보인다. 꽃과 나무, 사람을 나무로 조각하고 전통 오방색으로 채색한 이 작품은 자연과 인간의 순수한 생명력을 자유롭고 경쾌한 감각으로 표현한다.
디지털 이미지가 범람하는 시대에 판을 새기고 찍어내는 아날로그 판화 작업은 느린 시간과 깊은 사유의 과정을 담고 있다. 자연과 동식물, 사람과 일상에서 발견되는 서정과 함께 판을 뒤집어 찍어내는 전복적 매체 실험은 한국 판화가 지닌 미학적 가능성과 동시대적 변화를 보여준다.
전시 제목인 ‘꽃이 피고, 바람이 분다’는 자연의 순환과 생명의 흐름을 상징한다. 꽃이 피고 바람이 불어 꽃잎이 흩어지고 다시 새순이 돋아나는 자연의 섭리처럼, 한국 판화 역시 시대와 함께 흐르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간다.
인당뮤지엄 김정 관장은 “이번 전시는 디지털 이미지가 넘쳐나는 시대 속에서 판을 새기고 찍어내는 아날로그 판화의 본질적 가치를 다시 바라보고자 기획됐다”며 “판화는 단순한 복제의 기술이 아니라 나무와 칼, 시간과 노동을 통해 삶과 시대의 이야기를 새겨 넣는 예술”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연과 일상, 역사와 도시를 담아낸 한국 판화의 다양한 흐름을 통해 관람객들이 우리 삶 속에 스며든 서정과 시대의 흔적을 새롭게 발견하길 바란다”며 “한불 수교 140주년을 맞아 한국 판화의 깊이와 가능성을 국제 미술계와 공유하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