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잡으려다 집 태워...이웃집 2개월 아기 엄마 사망

사회

이데일리,

2026년 4월 01일, 오후 07:18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바퀴벌레를 잡으려다가 불을 내 이웃 주민을 사망하게 한 3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화재가 발생한 원룸 현장이다. (사진=경기 소방 제공)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항소1-3부(부장판사 김종근·정창근·이현숙)는 최근 중과실치사상, 중실화 등 혐의로 기소된 A(30대)씨 항소심에서 검사와 A씨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이 선고한 금고 4년을 유지했다.

금고는 수형자를 교도소 내에 구치해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되, 노역이 강제되는 징역과 달리 금고는 노역이 강제되지 않는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은 화재의 발생·확산에 대한 피고인의 과실 정도, 피해의 중대성 등을 종합해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형을 정했다”며 “당심에서 새롭게 고려할 만한 사정은 찾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20일 오전 5시 35분쯤 경기 오산시 궐동 5층짜리 상가주택 2층 세대에 불을 낸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바퀴벌레를 잡기 위해 라이터에 불을 붙인 뒤 가연성 스프레이를 분사해 화재를 일으켰다고 한다. 불은 주변에 쌓여 있던 플라스틱 용기와 비닐, 벽과 천장으로 빠르게 번졌다. 그러나 A씨는 화재 사실을 이웃에게 알리지 않고 심지어 현관문을 열어둔 상태로 홀로 건물 밖으로 대피한 뒤 119에 신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 신고를 받은 소방대원은 그에게 “불이 난 사실을 이웃들에 알리라”고 강력히 지시했다. 이에 A씨는 뒤늦게 “불이 났다”고 알렸지만 건물 2층에서 막혀 다시 대피했다. 이미 건물 내부에 화재와 연기가 확산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 사고로 같은 건물 5층에 거주하던 30대 여성 B씨는 연기를 피해 창문 밖 실외기를 밟고 1.5m 거리 맞은편 건물로 이동하려다 14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사고 당시 B씨는 2개월 전 출산한 상태였으며, 남편과 함께 생후 2개월 아기를 데리고 대피하려다가 변을 당했다.

다른 주민 8명 역시 연기를 흡입하는 등 부상을 입어 병원 치료 중이고, 14명은 스스로 대피했다.

A씨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은 다수 인명 피해를 우려해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진화에 나서 40여 분 만인 오전 6시 20분 불을 완전히 껐다.

A씨는 바퀴벌레를 잡기 위해 라이터를 켠 채 파스 스프레이를 뿌려 ‘화염방사기’와 비슷한 형태로 불을 뿜다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본 방법으로 바퀴벌레를 잡으려 했다. 전에도 같은 방식으로 벌레를 잡았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과실 정도가 매우 중하다”면서 “피해자 B씨는 소중한 생명을 잃었고 태어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은 피해자 자녀는 어머니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도 못한 채 평생 살아가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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