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백신 주사기와 주삿바늘. 안전주사기(사진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필터주사기, 멸균주사침, 혈관내 튜브 카테터. (사진=한국백신)
2일 의료계에 따르면 백신 전문기업이자 의료소모품을 생산하는 한국백신은 최근 각 거래처에 주사기와 주삿바늘 제품 가격 인상을 통지했다가 하루 만에 취소했다. 공급 불안으로 시장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초 한국백신은 석유류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라 일회용 주사기를 비롯한 주삿바늘 전 품목 가격을 2개월간 한시적으로 15~20% 인상할 계획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주사기와 주삿바늘은 석유류 원자재 비용이 생산원가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원자재 가격이 기존 대비 50%나 올랐다”며 “지금은 생산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상을 철회한 것은 공급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의료 현장에서 가격 인상이 도미노처럼 이어질 경우 결국 환자 부담과 치료 차질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소모품 업계는 구조적으로 원자재 가격 변동에 취약하다. 국내 생산업체 대부분이 영세할 뿐만 아니라 한국백신처럼 시장 점유율이 높은 업체가 가격을 조정하면 전체 시장 가격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이는 곧 의료기관의 비용 부담 증가와 환자 진료 환경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원자재 수급이다. 회사 관계자는 “원자재 공급업체로부터 5월 이후 물량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이미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공급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데, 상황이 이어지면 주사기 부족 사태가 본격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액팩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환자에게 투여되는 수액은 대부분 플라스틱류 포장재로 생산되는데 이 역시 석유류 원자재에 의존한다. 원자재 수급이 흔들릴 경우 생산량 감소로 이어져 중환자 치료와 수술 현장에 직접적인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가격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은 원료 부족”이라며 “현 공정에서는 비닐 포장을 대체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공급 차질이 우려되는 의약품과 의료기기 가격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매점매석 등 유통 질서 교란 행위를 단속할 방침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원료 변경이 필요한 경우 허가·신고 절차를 신속히 처리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필수 의료소모품에 대한 원자재 우선 공급과 가격 및 수가 인상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의료기관의 비용 부담이 급증할 경우 진료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의료계는 무엇보다 원자재 공급 우선순위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한 단체 관계자는 “현재 재고로 한 달 정도는 버틸 수 있지만 중동 사태가 장기화되면 상황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며 “환자 치료가 중단되지 않도록 의료용 원자재를 최우선적으로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