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일도 만들어내던 '대통령 긴급조치' [그해 오늘]

사회

이데일리,

2026년 4월 03일, 오전 12:03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1974년 4월 3일 군부 쿠테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부가 반체제 운동을 획책하는 불법단체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을 포착했다며 긴급조치 제4호를 발동해 대학생 수업 거부와 집단 행동을 금지했다. 이어 관련자 180명을 구속기소해 일부에게는 사형선고까지 내렸다. 유신 정권 최대의 조작극인 ‘민청학련’ 사건이다.
당시 정부가 발표한 관련자 명단.
조사 과정에서 중앙정보부는 고문을 동원해 자백을 받아냈고, 폭력혁명 준비의 증거라며 엉터리 자료들을 엮어 180명을 비상군법회의에 넘겼다. 역시 긴급조치로 만들어진 비상군법회의는 말도 안되는 증거들을 모두 받아들여 지도부 6명에 사형, 주모자급은 무기징역, 나머지는 최고 징역 20년에서 집행유예까지 선고했다.

그러나 유신 정부도 국내외 계속되는 비난이 신경쓰였던지 같은 해 8월 긴급조치를 해제하고 이듬해 2월에는 대통령 조치를 통해 관련자를 대부분 석방했다. 사형을 선고받은 이들 역시 이후 결국 석방됐다.

구속된 이들 대부분이 민주화 운동을 이어간 인물들이다 보니 상당수는 나중에 유명 정치인이 됐다. 올해 별세한 고 이해찬 전 국무총리, 정동영 통일부 장관, 고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대표적이다. 노동운동에 헌신하다 희대의 전향으로 보수정당에서 정치 입문해 경기도지사까지 한 김문수 전 노동부 장관 역시 이 사건으로 구속됐다.

유신 정부가 이 사건 관련자를 모두 석방했지만 그 이유가 그들이 인간성을 회복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이 사건과 엮으려고도 했던 같은 해 또다른 조작 사건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선 결국 8명의 사형이 집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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