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남학생 둘이 방과 후 축구를 하다 다퉜는데 A학생이 B학생의 얼굴을 때려 눈꼬리가 찢어진 사건이 발생했다. B학생은 곧바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고 그의 부모는 A학생을 관할 교육청에 학폭으로 신고한 데 이어 경찰서에도 형사사건으로 고소했다. 조사 결과 B학생이 먼저 A학생을 때렸고 언어폭력까지 행한 점이 인정돼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에서는 두 명 모두에게 3호 처분을 내렸다. 양측 부모는 처분이 과하다며 법원에 학폭 심의에 대한 행정심판 소송을 제기했다.
고등학교 2학년 C학생이 동급생 D학생으로부터 언어폭력에 의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학폭을 제기했다. 조사해 보니 C학생이 같은 대학·학과를 지원하려는 D학생을 입시 경쟁자로 생각하고 벌인 일이었다. 학폭이 입시에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는 걸 악용한 사례다.
최근 교육 현장에서 학폭 신고를 접했던 교사들이 전한 얘기는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경우에 따라 수긍이 가는 측면도 있지만 과한 사례도 있어서다. 해를 거듭할수록 학폭 신고 건수가 늘고 있다.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2025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보면 학폭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이 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중 초등학생의 피해 응답률이 5.1%로 가장 높았다. 학폭 발생 원인에 대해서는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 없이’(24.6%)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렇다 보니 학폭 사건을 다루는 학폭위 심의 건수는 2022학년도 2만1565건에서 2024학년도 2만7835건으로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학폭 아님’으로 결론이 난 건수도 2913건에서 5246건으로 늘었다.
학생들이 싸운 후 서로 웃으며 우정을 쌓는 장면은 이젠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됐다. 학폭 심의 결과에 따라 어떤 학생은 영영 낙인이 찍힌 채 살아야 한다. 이 같은 불행한 일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선 교육부가 올해부터 초1·2학년생을 대상으로 경미한 학폭에 대해선 학폭 심의 전에 전문가가 조율하도록 도입한 ‘관계회복 숙려제도’는 시차를 두고 전학년으로 넓힐 필요가 있다. 물론 제도 안착을 위해선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를 믿고 따를 수 있는 교육권 강화와 함께 법적 안전장치가 선행돼야 한다. 중재 과정에서 교사들이 학부모 민원이나 아동학대 신고에 노출될 수 있어서다.
현재 한 명당 10개가 넘는 학교를 담당(경찰청 2025년 기준 1143명)하는 학폭전담경찰관(SPO)도 더 늘릴 필요가 있다. 현장에선 실질적인 대응을 위해선 한 명당 5개 안팎의 학교를 적정 수준으로 보고 있다. 딥페이크(인공지능 합성영상) 악용 등 소년범죄가 다양화하면서 SPO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함께 강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 내 학부모와 자녀 간 긴밀한 대화다. 학폭 사건에 대한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를 방지하고 자녀의 갈등 해결 능력을 키우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