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급 '별따기'...작은학교 기피 심해진다

사회

이데일리,

2026년 4월 03일, 오전 05:52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경쟁 위주의 대입 제도와 상대평가 방식의 5등급제 내신 전환으로 학생·학부모들이 작은 학교를 기피하고 있다. 학생이 적은 학교일수록 내신 1등급을 따기가 어렵다는 인식 때문이다. 내신 5등급제에서는 2등급 구간의 비중이 커져 1등급을 놓치면 서울 주요 대학 진학이 불가능하다는 불안감이 내신 경쟁의 부담을 더욱 키우고 있다.

2일 교육계에 따르면 제주도의 비평준화 일반고인 성산고는 2026학년도 신입생 모집정원이 56명이었으나 고1 신입생이 43명에 그쳤다. 반면 비평준화 일반고인 애월고는 112명 모집에 157명이, 한림고는 196명 모집에 231명이 각각 지원했다. 올해 성산고는 전교생이 197명인 반면 애월고와 한림고는 각각 399명, 575명이다. 학교 규모에 따라 학생들의 선호가 갈린 것이다.

이는 작은 학교일수록 내신 경쟁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내신 5등급제 기준 한 학년이 100명이면 1등급은 10명(상위 10%)이다. 반면 한 학년이 200명이면 20명이 1등급을 받을 수 있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특히 내신 5등급제 도입으로 내신 경쟁에 대한 학생들 부담감이 더 커졌다. 기존 9등급제에선 2등급이어도 누적 비율이 11%에 그쳤지만 5등급제에선 누적 34%에 속하게 돼서다. 1등급이 아니면 서울 주요 대학에 가지 못할 수 있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종로학원이 서울대·연세대·고려대의 2026학년도 선발인원 1만 8376명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내신 5등급제에서는 1.2등급(1만 8578명)에 들어야 서·연·고 합격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종전 9등급제에선 1.8등급(1만 8376명)이면 합격권이었다.

고교학점제로 다양한 선택과목이 열리는 점도 내신 경쟁에 부담이다. 학생들이 분산돼 같은 과목을 듣는 학생이 줄기 때문이다. 이는 작은 학교일수록 더 심할 수 있다. 강원도의 한 고교 교사는 “내신 유불리를 따져 중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선택하는 최우선 기준이 학교의 규모가 됐다”고 전했다.

이런 탓에 지난해 11월 경기 과천에서 열린 ‘과천시 중·고등학교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는 과천 내 일반고 3곳을 통폐합하자는 논의가 진행됐다. 학교당 학생수를 늘려 내신 경쟁 부담을 완화하자는 취지다. 과천고와 과천중앙고는 한 학년당 학생수가 100명대에 불과하고 과천여고는 2학년과 3학년이 각각 100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교육부는 여러 학교의 학생들이 함께 듣는 온라인 수업을 통해 작은 학교 기피 현상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학생들의 수업 집중도가 대면수업보다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수업의 질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여러 학교 학생들이 한 학교에 모여 수업을 듣는 공동교육과정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온라인 수업과 대면수업 모두 강화하자는 취지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거점형 공동교육과정을 확대해 작은 학교 기피 현상을 줄이고 온라인 수업의 약점도 보완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온라인 수업의 질 관리 방안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서울 성북구 길음동 성북종로학원에서 열린 종로학원, 2026 6월 모평 토대 수시, 정시 지원전략 특집 설명회를 찾은 한 학부모가 자료집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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