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미제사건, 쓰러지는 검사들

사회

이데일리,

2026년 4월 03일, 오전 07:06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최근 한 지방 검찰청 형사부 6년차 검사가 과로로 인한 뇌출혈로 쓰러져 중환자실로 옮겨진 후 아직까지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해당 지청의 미제사건은 2024년 1000건에서 2026년 2월 3014건으로 1년 8개월 사이 3배가 넘게 늘었다. 인력은 계속 빠져나가고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특검 파견과 공판 유지 등이 겹치면서 검사당 담당 사건이 500건을 훨씬 넘어서는 가운데 남은 검사들은 물리적으로 감당 불가능한 업무 속에서 쓰러지고 있다.

2일 법무부와 대검찰청에 따르면 검사 현원은 2022년 2142명에서 올해 2016명(3월 기준)으로 126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미제사건은 5만 1825건에서 12만 1563건으로 134%나 폭증했다. 인력은 5.9% 줄어든 반면 사건은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연도별로 보면 장기 미제사건은 △2022년 5만 1825건 △2023년 5만 7327건 △2024년 6만 4546건 △2025년 9만 6256건으로 집계됐다. 통상 연간 5만~6만건 수준을 보이던 미제 사건 규모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가파르게 늘어난 것이다. 검사당 담당 사건은 300~400건에 달하는 곳이 대다수이고, 일부는 500건을 초과한다.

문제는 이를 감당할 인력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검사 175명이 일괄 사직했고 올해는 단 3개월 만에 58명이 추가로 떠났다. 2025년 이후 최악의 상황이다. 검사 현원은 지난 3월 기준 2016명으로 정원(2292명)보다 276명 부족한 상태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연도별로 보면 퇴직자 수는 △2022년 146명 △2023년 145명 △2024년 142명 등 매년 140명 이상이 검찰을 떠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진 2021년(79명) 대비 두 배 가량 급증한 추세를 감안하더라도 이같은 인력 이탈은 이례적 규모라는 평가다. 여기에 수사를 마치고 공소 유지 중인 3대(내란·김건희·순직해병) 특검과 상설특검, 수사를 진행 중인 2차 종합특검에 파견 중인 검사 수는 지난 25일 기준 총 67명으로 집계됐다. 사직·휴직·파견까지 감안하면 실제 근무 검사는 정원의 55%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이같은 현실에 일선 현장에서는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안미현 대전지검 천안지청 부부장검사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원 35명 중 실제 근무 검사는 12명뿐이라며 “수사검사 1인당 미제가 500건을 돌파했고 불제사건(불송치 기록 송부사건)도 100건을 넘는다”고 지적했다. 특검과 검경합동수사본부 등 각종 명목으로 인력이 빠져나간 데다 남은 검사들이 거의 초임자라는 의미다.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미제사건 증가세는 더욱 가팔랐다. 수원지검은 2024년 1만 1409건에서 올해 2월 2만 1398건으로 거의 2배 가량 늘었다. 대전지검도 5892건에서 1만 408건으로 늘었고, 부산지검은 4383건에서 1만 229건으로 증가했다. 절대 미제사건 건수로만 보면 수원·대전·부산 지검이 현장에서 감당해야 할 업무량이 가장 가중된 상태다.

(사진= 이데일리DB)
법조계에서는 현재 검찰 상황을 ‘막다른 골목’이라고 평가한다. 검사들의 집단 이탈과 사건의 복잡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미제사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서다. 사명감만으로는 버티기 어렵다는 현직 검사들의 절실한 목소리는 곧 형사사법 현장의 혼란이 국민의 법적 권리 보장까지 위협하는 악순환이 시작됐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공소청·중수청 전환을 앞두고 조직 사기는 바닥까지 떨어졌다”며 “검찰의 역할 축소와 정체성 혼란에 과중된 업무 부담까지 더해지니 저연차 평검사들의 이탈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했다. 이어 “사건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처리를 재촉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현장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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